재판부가 28일 오후 7시 현재까지 신동빈 롯데 회장의 보석 신청에 가부를 결정하지 않음에 따라 사실상 신 회장의 29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참석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민형기 컴플라이언스 위원장, 이봉철 재무혁신실장, 이태섭 준법경영실장 등 총 4명의 비상경영위원은 28일 오후 일본으로 출국해 이튿날 도쿄 본사에서 열리는 주총에 대비하기로 했다.
황 부회장은 일본에 도착해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 등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들에게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신동빈 회장의 서신을 전달할 예정이다. 주총에는 신 회장 본인 말고는 대리인도 입장할 수가 없어 황 부회장이 주총에 직접 참석할 수는 없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이번 주총에서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주주 자격으로 제안한 신동빈 회장 및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의 이사 해임안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을 표결에 부친다. 롯데그룹의 총수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은 창립 70년 만에 처음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위법행위로 롯데에 혼란을 초래해 기업의 신뢰도를 훼손시켰다며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앞서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전화를 통해 일본 주주들에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법원에 호소해 왔으나 재판부는 이 역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황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을 만나 신 회장이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고 구속 수감 중이긴 하지만 3심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유죄 확정이 아닌 점 등을 들어 신동빈 회장의 이사직 유지가 필요하다고 설득할 계획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5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래 이번까지 5번째 롯데홀딩스 주총을 통해 경영권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앞선 대결에서 신 전 부회장은 모두 패했다. 신 전 부회장은 종업원지주회(지분 27.8%)를 설득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지분 19.0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양국 롯데의 지배구조 최고 정점에 있다. 롯데홀딩스 외에도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호텔롯데의 지분 99.28%를 장악하고 있는데,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와 함께 롯데그룹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지배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28.1%를 보유한 광윤사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의 최대주주(50%+1주)다. 그러나 종업원지주회와 일본 롯데 계열사(20.1%)를 합친 지분이 47.9%에 달해 광윤사 지분만으로는 한ㆍ일 롯데 경영권을 차지하기엔 역부족이다. 종업원지주회의 지지가 결정적인 이유다. 신 전 부회장은 이들을 회유하기 위해 지난 2016년 비상장사인 롯데홀딩스의 상장을 통해 1인당 25억원 이상의 이익을 챙겨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는 과거 롯데홀딩스 임직원 이메일을 무단 사찰하는 등 주주와 직원들에게 신뢰를 잃은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키를 쥐고 있는 쓰쿠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독자 노선을 걷게 되면 한국 롯데가 호텔롯데 계열(롯데호텔ㆍ롯데면세점ㆍ롯데물산ㆍ롯데케미칼 등)과 롯데지주 계열(롯데쇼핑ㆍ롯데제과ㆍ롯데칠성음료 등)로 쪼개지고 호텔롯데 계열사들이 일본 경영진의 간섭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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