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 지역 신문사를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 최소 5명이 숨졌다. 경찰 당국은 기사에 불만을 품은 범인이 신문사 기자들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벌인 “표적 공격(targeted attack)”이라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백악관은 “언론인에 대한 폭력적인 공격은 모든 미국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2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메릴랜드의 주도 아나폴리스에 있는 지역 신문 ‘캐피털 가제트’의 편집국에서 38세 재러드 라모스라는 이름의 백인 남성이 장총을 난사해 5명이 숨지고 3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 남성은 연막탄을 터뜨리며 편집국에 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날벼락 같이 쏟아진 총성에 편집국은 아수라장이 됐지만, 일부 기자들은 건물 주소와 함께 “도와달라”는 트위터를 올리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캐피털 가제트’ 필 데이비스 기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총격범이 사무실 유리창으로 총기를 난사했고, 다수의 사람에 총을 쐈다”며 “편집국은 마치 전쟁이 벌어진 교전 지역 같았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몇 분만에 도착한 경찰에 의해 이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체포 당시 남성은 책상 밑에 숨어 있었으며, 범행에 사용한 총기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현장에는 이 남성이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폭발 물질도 발견됐다. 경찰은 4층에 위치한 신문사를 포함해 건물 전체를 봉쇄했고, 건물 내부에서 공포에 떨었던 170여명은 모두 무사히 대피했다.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즉각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현지 언론들은 신문사에 대한 불만으로 발생한 보복 범죄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앤어런들 카운티의 빌 크람프 경찰국장 대행은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캐피털 가제트에 대한 표적 공격”이라며 이 신문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협박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 남성이 2012년 명예훼손으로 이 신문사 기자들을 고소하며 다툼을 벌였지만 승소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신문사를 향한 공격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캐피털 가제트는 메릴랜드 주의 유력지인 볼티모어 선이 소유한 일간지로 민주당 성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 기자보호위원회는 "기자들을 향한 폭력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미 경찰 당국은 미 전역에서 언론사를 노린 추가 공격 가능성에도 대비했다. 볼티모어와 뉴욕시는 예방 차원에서 NYT를 비롯한 언론사 사무실에 추가로 경찰 인력을 배치했다. 취임 이후부터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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