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독일의 16강 탈락, 아프리카 ‘전멸’ 등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은 월드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에 내기를 걸었다가 큰 돈을 잃은 이들이 자살을 기도하거나 시비가 칼부림으로 이어져 사망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상황이다.
29일 베트남 방송 VTV24에 따르면 월드컵 기간 중 호찌민시 타웅녓병원에만 자살을 기도한 2명의 남성이 실려왔다. 모두 월드컵 경기에 베팅을 했다가 자신이 건 팀이 패하면서 돈을 모두 잃은 이들이다.
병원 관계자는 “모두 쥐약을 마셨으며, 위 세척 등의 응급 조치를 통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남성은 돈을 걸기 위해 3억동(약 1,460만원)을 빌린 뒤 갚을 길이 보이지 않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인은 인터뷰에서 “남편은 맹세코 도박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믿을 수 없다. 독일팀에 대해 전화로 심각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베팅한 경기가 27일 오후 있었던, 한국에 패한 경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병원으로 실려온 또 다른 남성도 큰 돈을 빌렸으며, 추심에 나선 조직폭력배들이 무서워 독극물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빌린 액수와 담보물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베트남에는 한국의 전당포에 해당하는 ‘깜도’가 곳곳에서 성업 중이며 대부분 조직폭력배들을 배후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괴롭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호찌민시 3군에 거주하는 30대 한 가장은 “밤낮 가리지 않고 집으로 돌을 던지는 일도 다반사”라며 “많은 이들이 자살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전당포들은 보통 원금의 2~3% 가량을 월 이자로 받는다. 복리 연 40% 가량에 해당하는 이율이지만, 최근 월드컵 시즌을 맞아 각 전당포들은 이자를 배 가까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손님들로 분주하다. 특히 담보물을 보관할 창고를 추가로 확보해야 할 정도로 성업을 이루고 있다. 호찌민시 벤탄시장 인근의 한 전당포 관계자는 “담보물로 시계, 휴대폰, 노트북, 오토바이, 자동차 등 돈이 되는 것들은 모두 다 받는다”며 “부피가 큰 자동차의 경우 보관료를 추가로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독일이 멕시코와 싸워 무너졌던 지난 17일 밤에는 호찌민시 인근의 한 다리 위에서 한 청년이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건 소식을 전하는 현지 매체는 자살 기도 배경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해당 기사는 SNS를 통해 ‘독일에 ‘올인’한 청년이 돈을 몽땅 잃게 되자 뛰어내렸다’는 글과 함께 퍼져나갔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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