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능 과목 변경 시안
변화 커 셈법 복잡해진 데다
자사고 입시마저 혼선 부추겨
교사들도 예측불가 ‘멘붕’
“대체 중3이 무슨 죄인가요.”
정부의 교육 체계 개편 드라이브의 집중 타깃이 된 중3 학생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고입ㆍ대입 계획 짜기에 돌입하는 2학기를 코앞에 두고 대학ㆍ고교 입시와 관련한 사안들이 오락가락 갈피를 못잡고 있어서다.
현재의 중3 학생들이 ‘실험용 쥐’가 된 건 작년 8월부터다. 당초 현재의 고1, 작년 기준 중3 학생을 대상으로 2021학년도 대입을 개편하려 했던 교육부가 느닷없이 ‘1년 유예’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에서 대입 개편 관련 의견수렴 절차를 반복하고, 이에 따라 공론화 의제와 같은 크고 작은 사안들이 부정기적으로 결정되면서 지난 1년간 피로감은 쌓일 만큼 쌓인 상태. 서울의 한 중3 담임교사 윤모(34)씨는 1일 “최상위권 학생들은 정부의 대입 관련 발표가 있을 때마다 진로ㆍ진학 계획을 두세번씩 뒤집은 경우가 많았다”며 “교사들마저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멘붕’이 온 상태”라고 털어놨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ㆍ외국어고(외고)와 일반고 동시입시 정책의 첫 대상 역시 중3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나 외국어고(외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먼 거리 일반고에 보낼 수 있다”는 교육당국의 엄포 속에 선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8일 ‘자사고ㆍ일반고 중복지원 금지’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혼선은 극에 달했다. 각 시ㆍ도교육청들은 헌재 결정 이후 고교 입시계획안을 9월 전후로 마련하기로 한 상태. 이에 중3 학생들은 8월 2022학년도 대입 개편, 학생기록부(학생부) 기재 방법 개선에 이어 9월 고교 입시 체계 변화까지 줄줄이 맞닥뜨리게 됐다.
여기에 교육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2학년도 수능 과목ㆍ출제범위 시안(8월 확정)도 변화 폭이 상당해 중3의 고민은 더 커졌다. 현행 수능 체계에서 사회ㆍ과학 영역에만 있는 '선택 과목'을 수학과 국어 영역에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학생들은 “현재도 과목 선택에 따라 입시 유불리가 큰 상황에서 주요 과목에까지 선택 과목이 생기면 성적 따기 쉬운 과목에 수험생들이 몰릴 수 있어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우려했다.
안개 속을 걷고 있는 중3 학생ㆍ학부모들은 “더 이상의 변수를 만들지 말아달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경기 지역 중3 학부모 김모(43)씨는 “교육 정책이 자주 바뀌는 것은 알았지만 헌재 결정 이후로 몇 달 간을 돌이켜보니 막장 드라마와 다를 바가 없었다”며 “최소한 1년 앞은 내다볼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관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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