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MG위민스PGA 우승
해저드 수풀서 로브 샷, 홀에 붙여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우승컵 안으며
올해 5번 컷탈락 부진도 씻어내
경쟁자 유소연은 물에 빠뜨려 2위
박성현(25ㆍKEB하나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궜다. 워터 해저드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그는 마찬가지로 워터 해저드 위기에서 무너진 유소연(28ㆍ메디힐)을 제치고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박성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켐퍼레이크스 골프클럽(파72ㆍ6,74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3개로 언더파 69타를 적었다. 최종합계 10언더파를 기록한 그는 유소연(28ㆍ메디힐), 하타오카 나사(19ㆍ일본)와 함께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첫 홀에선 버디를 잡지 못한 하타오카가 떨어져 나갔고, 연장 두 번째 홀에선 버디를 잡은 박성현이 유소연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승부는 연장전에서 결정됐지만 이날 희비는 워터해저드에서 엇갈렸다. 먼저 박성현이 16번홀(파4)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그가 친 두 번째 샷이 크게 흔들리며 그린 옆 워터해저드 방향으로 향하자 갤러리들은 크게 술렁였다. 물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물가 수풀에 걸려 매달려있었다. 캐디 데이비드 존스가 공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발을 물에 담가야 할 정도로 불리한 위치였다. 선두 유소연에 1타 뒤진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던 박성현이 여기서 미끄러질 경우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는 상황이었다. 1998년 전 박세리(41)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기적’을 보여준 장면과 유사한 위치였다. 박성현은 신발은 벗지 않았지만 불안정한 자세로 물가에 발을 고정한 채 샷을 해야 했다. 공을 그저 바깥으로 꺼내기만 해도 다행인 상황, 박성현의 로브 샷은 홀 바로 근처까지 붙었다. 박성현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결국 이 홀에서 파를 지킨 그는 선두 유소연을 바짝 추격해 연장전까지 따라갈 수 있었다.
반면 유소연은 워터 해저드에서 울었다. 그는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리고 말았다. 더블보기로 단숨에 2타를 잃은 그는 공동선두 자리를 허용했다. 이후 연장 2번째 홀까지 갔지만 결국 박성현에게 우승컵을 빼앗기고 말았다. 16번 홀 위기를 최고의 샷으로 극복한 뒤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과 17번 홀 실수로 우승을 놓친 유소연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날이었다. LPGA투어는 박성현의 샷을 두고 “박세리의 1998년 US오픈 때의 샷을 떠올리게 했다”고 평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우승을 통해 ‘2년차 징크스’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값진 소득이다. 지난해 신인왕,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을 휩쓴 박성현은 이번 시즌 부진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총 13개 대회에 나서 컷탈락 5번을 당했다. 지난 5월 마이어 클래식에서 우승을 했지만 이후 3개 대회에서 연속 컷탈락하는 등 부진을 씻어내진 못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첫날부터 단독 선두에 오르며 반등을 예고했다. 2, 3라운드에서는 유소연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겼지만 끝까지 추격해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반영한 듯, 좀처럼 울지 않던 박성현도 이날 우승 후 펑펑 울었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에서는 모든 것들이 잘 맞춰진 것 같다”며 “이제까지는 집중이 온전히 내 샷에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 대회에서는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한 샷, 한 샷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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