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은 증여재산 반환 어려워
패륜 행위ㆍ부양 의무 위반하면
증여 해제 가능토록 법안 추진
‘효도계약’을 둘러싼 부양 전쟁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법을 개정해 불효를 막겠다는 움직임도 이어진다. 대표적인 게 ‘불효자 방지법’, ‘불효자 먹튀 방지법’ 등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안이다.
불효자 방지법을 처음 화두로 이끌어 낸 이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민 의원은 2015년 관련 ‘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고도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학대하는 패륜 행위를 할 경우 증여 재산을 반환하도록’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법은 ‘부모에 대한 범죄행위와 부양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에만 증여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한 ‘해제권 행사 기간’도 6개월로 제한된다. 문제는 이 ‘부양의무 위반’도 증여에 앞서, 그 조건으로 부모가 ‘부양’을 원했다는 점을 밝혀야 하는 데다 그나마도 이미 증여가 이행된 경우에는 아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사실상 이미 상속한 재산은 돌려받을 여지가 없는 셈이다.
당시 개정안 발의를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는 자식에게 미리 유산을 물려줬다 학대피해를 당한 노인들의 사례가 소개돼 세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김진동(78ㆍ가명)씨는 “평생 모시겠다” 는 딸에게 속았다고 했다. “전 재산 6,000만원을 물려주자 그 길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 얘길 듣고 찾아온 아들은 ‘왜 나에게는 안주냐’고 폭행, 학대를 시작했습니다.” 딸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한 그는 기초연금 등에 기대 생활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이을순(81ㆍ가명)씨의 사연도 비슷했다. 그는 자식에게 폭행을 당한 뒤, 법정에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가 그날로 풀려난 자식에게 연거푸 폭행을 당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사연을 토대로, 개정안의 목표는 이런 배은망덕을 막기 위해 ▦증여 해제 사유를 확대하고 ▦부양의무 불이행에 대한 반환 의무를 규정하며 ▦해제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고 ▦부모의 생계 곤란 시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하며 ▦이미 증여한 재산도 원상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맞춰졌다. 해당 법안은 19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민 의원은 내용을 보완한 개정안을 2016년 다시 대표 발의한 상태다. 재산 반환 사유에 '학대'와 '부당한 대우' 등을 추가했다.
당시 법안을 제안한 장진영 변호사(바른미래당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는 “법률 상담을 하다 보면 재산을 미리 물려줬는데 재산 증여 뒤 태도가 확 달라지는 자식들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일반 상식으로도 그런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필요는 없는데 현행법상으론 돌려받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해당 법 외에도 ▦자녀의 부양의무를 강화하는 민법 개정안(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증여해제권 행사 기간을 2년으로 늘리고 증여해제 또는 부양의무 청구를 가능하게 하는 민법 개정안(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불효자의 상속을 악의적 수익자의 부당이득으로 보고 반환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된 상태다.
장 변호사는 “민법은 기본법이라 개정이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었지만, 민법 학회나 법무부의 연구 검토 내용에도 소위 ‘먹튀 방지 조항’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등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였다”며 “어디까지를 패륜으로 볼 것인지, 부양의무 불이행의 범위는 어떻게 볼지 등 그 구체적 기준에 대한 고민은 이뤄져야겠지만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은 국회의 의지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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