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71점으로 역대 최고치
中 4.16ㆍ日 3.55ㆍ美 5.97
지난해 내내 1점 밑돌았던
김정은 호감도도 4.06점 도약
‘젊은층 안보 보수화’는 여전
北ㆍ金 호감도, 20대가 최저
한국민의 북한 호감도가 정점을 찍어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호감도 역시 마찬가지로 급상승했다.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효과란 분석이다. 다만 20대의 대북 평가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편이었다.
국내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이 5일 공개한 지난달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북미 정상회담과 한국인의 주변국 인식’에 따르면, 한국민의 북한 호감도가 4.71점을 기록, 2010년 이 연구원이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점 척도로 측정된 북한 호감도가 4점대를 돌파한 것도 처음이라고 보고서를 집필한 김지윤 선임연구위원 등은 밝혔다. 직전인 3월 조사 당시 북한 호감도는 3.52점이었다.
가파르게 치솟은 북한의 호감도는 각각 4.16점, 3.55점을 기록한 중국과 일본을 추월했다. 북한 호감도가 중국보다 높게 나타난 건 조사 시작 이래 처음이고, 일본을 넘은 것도 약 4년 만이다. 미국의 호감도는 5.97점이었다.
지도자 호감도도 비슷한 추세였다. 김 위원장 호감도(4.06점)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2.04점)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3.89점)을 모두 능가했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 호감도는 0.88점에 불과했다. 북미 정상회담 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김 위원장처럼 집권 이후 최고치인 5.16점을 획득했다.
북미 지도자 호감도의 동반 약진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맞물린다. 부정적인 평가도 상당했던 전문가 그룹과 대조적으로, 응답자의 71.8%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냈다고 답변했다. 북미 회담을 호평한 응답자의 과반(52.7%)은 적대국이었던 북미 정상이 최초로 만났다는 사실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북한의 북미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대다수가 낙관하는 분위기다. 응답자의 62.6%가 ‘잘 이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대북 신뢰도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2013년 조사 당시 10.7%였던 ‘북한을 대화 상대로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자 비율이 이번 조사에서는 54%로 높아졌다.
남북관계는 응답자의 83.2%가, 북미관계는 76.7%가 각각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72.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젊은 층의 안보 보수화’ 현상은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다수의 한국인이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지만 연령대별로 시각 차가 존재했다”며 “상대적으로 20대가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한 호감 표시에 인색한 데다 북한을 신뢰하지도 않는 편이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대(3.95점)는 북한 호감도가 3점대인 유일한 연령대였고, 김 위원장 호감도 역시 최저인 3.00점으로, 함께 3점대인 60세 이상(3.71점)에 비해서도 한참 낮았다. 북한을 신뢰할 수 있다는 20대 응답 비율(44.1%) 또한 60세 이상(49.4%)보다 떨어졌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에 찬성하는 응답 비율(39.1%)도 모든 연령대 중 최저치였다.
보고서는 “과거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무력 도발을 경험한 젊은 층이 북한을 협력 상대로 인식하고 신뢰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정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동안 단절됐던 인적 교류, 문화 및 스포츠 교류 등을 통해 이들이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신뢰를 쌓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된 이번 조사는 지난달 18∼20일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이 대상이었고 유무선 임의번호걸기(RDD)를 이용한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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