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 도와주면 해결할 수 있었는데…”
박삼구 발언에 대한항공 ‘발끈’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기내식 대란'을 둘러싸고 때아닌 감정싸움을 벌였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부족 사태에 대비해 대한항공에 협조를 구했지만,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소개하자 대한항공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대한항공은 '기내식 대란' 직후 먼저 나서서 지원을 제안했는데, 아시아나가 호의는 무시하고 지난 일을 꺼내 책임의 일부라도 덮어씌우려 한다며 발끈했다.
5일 두 항공사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지난 3월 25일 신규 기내식 공급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 신축 공장에 불이 나자 사흘 뒤인 28일 대한항공에 기내식 공급과 관련해 문의했다.
당시 아시아나와 GGK 관계자가 직접 대한항공 기내식 시설을 찾아 대한항공 관계자와 협의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대한항공은 현행 관세법이 기내식의 생산, 세팅, 탑재 등 부분업무 지원을 금지하고 있어 문제 소지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측 관계자들이 우리 시설을 둘러보고, 추가 지원 여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하루 7만식 가까운 기내식을 생산하고 있다. 아시아나의 3∼4배에 달하는 생산 규모지만, 대한항공은 아시아나가 요청한 기내식 공급 기간에 7∼8월 성수기가 겹쳐 시설 부족으로 원활한 공급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전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기자회견에서 불거졌다.
박 회장은 '기내식 대란'이 GGK 공장 화재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다른 회사에도 요청했으나 협의가 잘 안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극단적으로 말해 칼(KAL·대한항공)이 도와주면 해결할 수 있었는데, 죄송스럽게도 협조를 못 받았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내내 이번 사태가 "전적으로 우리(아시아나) 모두의 책임"이라고 사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한항공이 협조하지 않아 사태가 커졌다는 취지로 해석될 만한 말을 해 분란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대한항공은 발끈했다.
3월 아시아나와 협의가 잘 안 된 것은 시설 부족 등 불가피한 사유 때문인데, 어떻게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에 대한항공이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느냐며 못마땅해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기내식 대란' 이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에 먼저 지원을 제안한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기내식 대란' 사흘째인 3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40분 두 차례에 걸쳐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아시아나 담당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었다.
대한항공은 "당시 통화에서 동종업계 근무자로서 이번 사태가 안타깝고 도움이 될 부분이 있으면 야간근무를 해서라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아시아나 측에 전했다"고 밝혔다.
관세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공정이 아닌 전체 공정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 포괄적 지원 의사를 밝혔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주장이다.
당시 대한항공은 내부적으로 아시아나 미주 노선에 대해 하루 3천식 규모의 기내식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후 아시아나 측이 관세법 저촉 등에 대해 검토하고 내부 보고를 한 뒤 연락하겠다고 답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안에도 아시아나가 마치 대한항공이 비협조적으로 나와 '기내식 대란'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대응한 데 대해 황당하고 섭섭하다"고 했다.
아시아나 측은 이와 관련해 "이달 3일 대한항공 기내식 담당 임원이 아시아나 담당 임원에게 연락해 지원을 타진한 것은 맞다"면서 "대한항공의 지원 제안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의 지원 요청을 수용하지는 않았다.
아시아나는 "현재 기내식 상황이 안정화되고 있는 단계"라며 "향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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