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국군기무사령부가 위수령ㆍ계엄령 시행 방안을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기무사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 문건에 따르면 탄핵이 기각돼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 진입을 시도할 경우 위수령 발령을 검토해야 한다며 증원 부대와 임무 등을 명시했다. 위수령 요건인 지자체장의 병력 출동 요청이 없을 경우 “군 중요시설의 외곽 경계선을 확장”해 통제하고, 국회가 무효법안을 제출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일정 기간(2개월 이상) 유지 가능”하다며 대책도 강구했다. 상황이 악화하면 이를 비상계엄으로 확대해 계엄사령부가 정부 부처를 장악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군의 위수령 검토는 촛불집회 당시 소문으로 떠돌았고, 지난 3월 이 의원이 국방부 문건을 토대로 가능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번 문건은 그 정황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다행히 무산됐지만 군사정권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망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일협정 반대 시위대 제압을 위해 박정희 정권이 도입한 위수령은 대통령령만으로 군대를 동원해 시민에게 발포까지 가능하게 해 ‘위헌’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 제기 때마다 유야무야하던 국방부도 결국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최근 폐기 입법예고까지 한 상태다.
그와 별개로 이번 기무사 문건이 어떤 경위로 작성돼 누구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 당시 촛불집회는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비폭력 시위였는데도 이런 문건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평화집회를 무력으로 진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사안과 관련한 국방부의 지금까지의 태도를 보면 자체 조사로 진실 규명을 기대하기 힘들다. 독립적인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실체를 밝히고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무사를 포함한 군의 대대적인 조직ㆍ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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