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스타벅스 노량진점이 오픈하자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서울에 있는 400여개의 다른 스타벅스 매장과 달리 노량진점만 ‘콘센트’ 수가 4개로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는 고시생이 많은 노량진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스타벅스가 카공족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콘센트 수를 의도적으로 적게 설치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스타벅스는 다음달 4개이던 콘센트 수를 11개로 3배 가까이 늘렸다. 테일블 수도 2개 늘려 총 좌석수도 6개 확충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스타벅스 매장은 인근 주민이 모두 편하게 이용하는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며 “특정 고객을 오지 않게 하려고 콘센트 수를 줄였다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노량진점이 콘센트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스타벅스는 사실 외국계 커피 전문점 중에서는 매장에 콘센트 수가 제일 많기로 유명하다. 커피 매장에서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으로 동영상을 보는 등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매장에 콘센트를 많이 설치했다.
스타벅스의 한국 현지화 전략은 비단 콘센트에 그치지 않는다. 빠른 한국의 IT 환경을 감안해 전세계 스타벅스 중 최초로 원거리 모바일 주문이 가능한 ‘사이렌 오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대면 결제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의 특성을 감안해 자동차 내에서 주문이 가능한 ‘드라이브인 스루’ 매장에 전세계 스타벅스 최초로 화상 주문 시스템을 설치해 고객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 이밖에 동물 12간지를 텀블러, 머그컵 등의 디자인에 반영하고 ‘나들이용 돗자리’나 ‘다이어리’를 직접 디자인해 증정 상품으로 마련하는 등 독특한 한국적 마케팅으로 소비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커피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전체적으로 불황인데 스타벅스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의 벽을 넘는 등 혼자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도 한국 현지화 전략이 성공한 덕분”이라며 “미국에서는 스타벅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경쟁사 ‘C’사가 한국에서 유독 스타벅스에 뒤쳐지는 이유 중 하나가 매장에 부족한 콘센트 수 때문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외국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업체와 손을 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스타벅스는 그 나라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업체로부터 고객 특성을 파악하고 마케팅 전략도 함께 수립한다.
스타벅스코리아도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신세계가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한 합작사 형태다. 이밖에 스타벅스는 인도에서는 타타그룹, 독일은 암레스트, 이탈리라는 페르카시라는 현지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 이웃 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스타벅스가 현지 업체와 협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사례가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스타벅스는 외국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업체와 손을 잡는 게 더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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