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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첫 한국어대회 “한국말 배우며 미래 꿈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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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첫 한국어대회 “한국말 배우며 미래 꿈 찾았어요”

입력
2018.07.09 04:40
수정
2018.07.09 19:5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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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국어 말하기 중등부 우승 민 탄

“친구들 따돌림에 괴로웠던 시간

K팝으로 공부하며 이겨내”

충남대 4주 어학연수 기회 받아

7일 베트남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중등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탄(가운데)양이 쌍둥이 동생(왼쪽)과 친구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7일 베트남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 중등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탄(가운데)양이 쌍둥이 동생(왼쪽)과 친구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배우면 배울수록 힘이 나요. 한국말!”

지난 7일 베트남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대회’ 중등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쩐 티 민 탄(17ㆍ투덕고 2년)양은 “소녀시대 노래 가사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 준 것도 좋은데, 그 때문에 대상을 차지하는 영광까지 안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예선을 통과한 23명(중등부 10명, 대학생부 13명)이 이번 대회 본선에 참여했다.

탄양이 꼽은 노래는 소녀시대의 ‘힘내’. 하지만 그 자신이 노래로부터 위로를 받아야 할 처지에 빠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나의 꿈, 나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말하기 대회에서 사춘기 때 겪었던 마음 속 고민을 털어놔 객석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오색 한복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선 탄양은 또박또박한 말로 행복했던 시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식구들과 오래 함께 같이 사는 게 꿈일 정도로 가족들과의 일상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욕심을 부리자면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학업에 매진했고, 집안 분위기와 노력 덕에 반에서 1등을 놓치는 법이 없었다. “부모님은 저를 많이 자랑스러워 하셨고, 저는 ‘내 인생은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했죠. 그때 제 나이 열 셋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 이혼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가족과 오래도록 누리리라 했던 미래의 꿈은 사라졌고, 학교 성적은 떨어졌다. 같이 놀던 친구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이 힘들어졌죠. 함께 누워 고민을 해결해주던 부모님이 없어 혼자 울다 잠드는 날이 많았어요.” 숱한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할 땐 밤을 새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왜 태어났는가,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 아무도 대답해주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방황하고 있는 중에 한국 노래를 듣게 됐고 우연히도 자신의 정신적 지주가 된 한 멘토를 만났다. “그 분은 제가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셨습니다. 미래도 지금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셨죠.” 그 이야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한국 가요를 들으면서 마음을 잡았다. “인터넷으로 한국어를 공부했습니다. 가사 뜻을 알아내려고요. 뜻을 알게 된 노래는 저에게 더 큰 힘을 줬습니다.”또한 2년 동안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덕택에 한국어 실력은 날로 늘었다.

극과 극을 오간 체험은 탄양으로 하여금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었다. “한국과 베트남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될 거에요. 제 멘토가, 한국 노래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이번 수상으로 꿈을 향한 여행은 시작됐습니다.” 탄양은 이번 대회 부상(副賞)으로 ‘충남대 4주 어학연수’바우처를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중섭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베트남 중등학교들의 한국어 시범교육이 2016년에야 시작됐지만, 중등부 참가자들의 한국어 실력은 중국, 일본 학생들을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베트남에서 대학생, 일반인이 아닌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말하기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호찌민시 한국교육원)주최로 처음 열린 이번 대회는 충청권역 대학협의회와 주호찌민총영사관, 한국일보 등이 후원했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7일 베트남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참가, 대상을 차지한 탄양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7일 베트남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참가, 대상을 차지한 탄양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임재훈(왼쪽) 총영사가 7일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 수상자인 탄 양에게 상장을 전달하고 있다.
임재훈(왼쪽) 총영사가 7일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강당에서 열린 제1회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 수상자인 탄 양에게 상장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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