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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트럼프 지지층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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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트럼프 지지층 흔들린다

입력
2018.07.08 18:01
수정
2018.07.09 00: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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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보복관세, 美 농민과 노동자에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세계가 우려해 온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지난 6일 마침내 현실화한 가운데, 개전 초기부터 미국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목소리는 중국의 보복 관세에 따른 직격탄을 맞게 된 미국 농민과 노동자들한테서 집중적으로 분출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층의 이탈 조짐마저 가시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7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대두협회(ASA)는 이날 성명에서 “콩은 미국의 최대 수출 농산품이고, 중국은 수출업자들에게 최대 시장”이라며 “미국산 콩에 중국이 25%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농민들에겐 심각한 타격”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중국산 첨단제품 340억달러어치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폭탄’ 투하에 대해 중국은 같은 규모와 같은 강도로 맞대응 했는데, 보복 대상이 돼 버린 미국의 콩 업계가 대책 마련을 호소한 것이다.

문제는 미국산 콩의 약 96%를 재배하는 18개 주(州) 중 16곳이 지난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곳이라는 점이다. 대두 생산지인 웨스트헬레나시의 제이 할로웰 시장은 “(대중 무역 전쟁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농민들과 소규모 제조업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층으로 남아 있지만, 이제 관세 폭탄 발효와 함께 그들의 믿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날 무디스애널리스틱스의 분석을 인용,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카운티 중 20%(인구 800만명) 정도의 지역 경제가 중국의 보복 관세에 커다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 전쟁의 부작용은 공교롭게도 그의 지지 기반인 이른바 ‘팜 벨트(중서부 농업지대)’와 ‘러스트 벨트(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불거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부재’에 대한 의구심도 확산되고 있다. NYT는 “트럼프 지지층 중 다수는 미국이 타국과의 이견 해소를 위한 뚜렷한 전략이 없고, 향후 무역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결과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해결책도 없이 헛된 충돌과 값비싼 대가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애덤 포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무역 전쟁은 (밑 빠진 독에 물만 붓고 있는) ‘경제적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 미국 경제의 유례 없는 호황에 기대 대중 강경 태세로 일관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경제 전체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WSJ는 “대중 무역 전쟁이 당장 미국의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간 계속될 경우, 특히 경제 둔화 국면에서 파급 효과는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달러 연구원은 “지금 미국 경제의 강세는 ‘감세’라는 일회성 아드레날린 주사의 결과이며, 감세 효과가 줄어들면 수개월 또는 수년 후 무역 전쟁의 장기적인 부담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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