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에 도움 요청 전에 이미 제안
아시아나 항공과 새로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은 게이트 고메 코리아(GGK)가 이를 위해 새로 짓던 기내식 공장의 화재로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자, 계약이 만료되는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가 아시아나항공 측에 3차례나 공급 연장 제의를 했다. 하지만 모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회장은 최근 “경쟁사인 대한항공에도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기내식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으나, 안정적 기내식 공급체계를 갖춘 LSG의 제의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박 회장의 발언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1,6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무리하게 집착하느라 기내식 협력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객은 뒷전에 밀려난 것이란 추측이 다시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일보 취재결과 독일 루프트한자 그룹 계열사 LSG는 지난 3월 GGK 신축공장 화재 이후, 아시아나항공 측에 임시적 계약 연장을 3차례나 제의했다.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LSG와 아시아나항공 간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GGK 공장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시간인 9월 30일까지 3개월간 기내식을 연장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LSG 관계자는 “지난 3월 이후 아시아나항공에 임시 계약연장을 수 차례 제의했다”며 “협력업체 교체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기내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는 선의의 제안이었는데 아시아나항공이 모두 거부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앞서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기내식 공급 차질 과정을 해명하며 “경쟁사에도 부탁을 해봤는데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빚어진 데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지원 요청을 거부한 탓도 있다는 뜻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먼저 대한항공 기내식 생산공장을 견학하고 자사 분량까지 생산할 여력이 없음을 확인해 스스로 지원 요청을 접은 것”이라며 “관세법상 지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주로 저가항공사에 3,000식 규모로 기내식을 공급해오던 업체인 샤프도앤코와 임시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나, 결국 납품 물량을 맞추지 못하면서 기내식 대란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내식 사태를 확실히 예방할 수 있었던 LSG의 제의는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도움을 요청한 날짜는 지난 3월 28일이다. 이때엔 이미 LSG가 기내식 공급 연장 제의를 한 시점이다. LSG 관계자는 “LSG의 제의를 거절하고 경쟁사에까지 부탁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박 회장이 ‘LSG와는 더 이상 거래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해하기 힘든 결정의 배경에는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20년 만기 무이자로 사 줄 것을 LSG 측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대해 “LSG가 계약 연장을 제안한 것은 맞지만, 무리한 조건을 달아 받아들일 수 없었으며, LSG의 제안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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