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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도 ‘시리즈 영화’ 전성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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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도 ‘시리즈 영화’ 전성시대 온다

입력
2018.07.10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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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한국영화 흥행 10위권에

‘탐정’ ‘조선명탐정’ 시리즈 올라

하반기엔 ‘신과 함께’ 등 대기

속편∙번외편 등 다양하게 변주

충성 관객 많아 실패 위험 낮아

‘마블 시리즈’ 같은 흥행 기대

“자본 독식 괴물 될라” 우려도

영화 ‘신과 함께’는 1편 ‘죄와 벌’과 2편 ‘인과 연’을 동시에 촬영했다. 1편 에필로그에 등장한 성주신(마동석)은 2편과의 연결 고리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신과 함께’는 1편 ‘죄와 벌’과 2편 ‘인과 연’을 동시에 촬영했다. 1편 에필로그에 등장한 성주신(마동석)은 2편과의 연결 고리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충무로도 할리우드 ‘마블 시리즈’ 같은 강력한 영화 시리즈를 갖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프랜차이즈를 노리고 만들어진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한국형 시리즈 영화가 극장가에 뿌리 내리고 있다. 향후 한국 영화 산업 패러다임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 10위권에 시리즈 영화가 세 편이나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단 한 편도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탐정: 더 비기닝’(2015)을 잇는 ‘탐정: 리턴즈’(267만명)는 전작 관객수(262만명)를 뛰어넘으며 3편 제작에 고속도로를 깔았고, 2011년 시작된 ‘조선명탐정’ 시리즈도 3편 ‘흡혈괴마의 비밀’(242만명)을 10위권에 올려놓았다. 엄밀히 따져 시리즈는 아니지만 ‘관상’(2013)에 이어 ‘역학 3부작’ 중 2편으로 기획된 ‘궁합’(134만명)도 선전했다. 지난해 말 개봉한 ‘신과 함께-죄와 벌’(올해 관객수 587만명)까지 포함하면 시리즈 영화 네 편이 극장가를 호령했다.

시리즈 영화의 강세는 하반기에도 계속되고 있다. 3부작으로 기획된 ‘마녀’는 8일까지 179만명을 동원하며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신과 함께’ 시리즈의 2편 ‘인과 연’은 다음달 1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역학 3부작’의 마지막 편 ‘명당’은 추석 연휴 개봉을 준비 중이다.

한국 영화계에 시리즈 영화가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해 성과까지 낸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1990년대에도 ‘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 ‘투캅스’ 같은 코미디 시리즈가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속편의 단순 나열에 가까웠다. 기획 단계부터 시리즈 제작을 염두에 두고 영화적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점, 그리고 컴퓨터그래픽(CG) 기술에 기반해 장르성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최근 등장한 시리즈 영화들은 이전 시대의 것과 차별화된다.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진화라 할 만하다.

상반기 한국 해외 영화 박스 오피스 순위. 송정근 기자
상반기 한국 해외 영화 박스 오피스 순위. 송정근 기자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의 부제는 ‘파트1: 전복’이다. 제목에도 시리즈임을 내세웠다. 총 3부작으로 기획됐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의 부제는 ‘파트1: 전복’이다. 제목에도 시리즈임을 내세웠다. 총 3부작으로 기획됐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 산업이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옮겨가는 조짐이라고 진단한다. ‘어벤져스’를 비롯한 마블 시리즈 영화의 폭발력을 경험한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장점을 흡수해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리즈 영화의 가장 큰 이점은 예측가능성이다. 전작의 경험을 토대로 제작비 규모를 산정하고 개봉 시기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실패 위험이 낮아진다. 반면 충성도 높은 고정 관객층이 확보돼 흥행성은 커진다. 흥행 규모가 아닌 ‘흥행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산업 규모가 커지면 모험과 실험보다는 수익성 보장에 산업적 요구가 맞춰지게 된다”며 “한국 영화가 연간 관객 2억명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도 “한국에서 텐트폴 영화(텐트 기둥처럼 시장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작품)는 개별 독립된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영화 한두 편의 성패에 한국 영화 전체가 영향을 받았다”며 “프랜차이즈 영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특정 시기가 아닌 영화 산업 전체에서 텐트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는 이미 시리즈 영화 천하다. 미국에서 상반기 흥행 10위 안에 든 시리즈 영화는 ‘블랙팬서’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비롯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데드풀 2’ 등 모두 7편이다.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상반기 해외영화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와 ‘쥬만지: 새로운 세계’ ‘오션스8’까지 시리즈 영화 7편이 포진해 있다.

‘탐정: 더 비기닝’과 ‘탐정: 리턴즈’의 잇따른 성공으로 ‘탐정’ 3편 제작에 가속도가 붙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탐정: 더 비기닝’과 ‘탐정: 리턴즈’의 잇따른 성공으로 ‘탐정’ 3편 제작에 가속도가 붙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매번 설 연휴에 개봉해 흥행했다. 쇼박스 제공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매번 설 연휴에 개봉해 흥행했다. 쇼박스 제공

제작사와 투자배급사도 시리즈 영화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탐정’ 시리즈를 투자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시리즈는 속편은 물론 스핀오프(번외편)와 프리퀄(전사)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할 수 있어 확장성이 크다”며 “개별 캐릭터와 캐릭터간 관계를 설명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시간도 줄어들어 한정된 시간에 더 풍부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제작 시도도 활발하다. ‘타짜 3’는 배우 박정민과 류승범을 캐스팅해 다음달 촬영을 시작한다. 지난해 688만 깜짝 흥행을 일군 ‘범죄도시’도 최근 속편 제작을 확정했다.

향후 한국 영화의 콘텐츠도 이전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시리즈 제작이 가능한 소재이냐가 판단의 우선 기준이기 때문이다. 김형석 평론가는 “시리즈 영화에서는 전작이 후속작의 이야기 재료이자 예고편이기 때문에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접근법이 달라질 것”이라며 “기존 한국 영화가 역사, 웹툰, 소설, 실화 등에서 소재를 가져왔다면 앞으로는 영화화되지 않은 소재들까지 더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시리즈 영화 편중이 또 다른 쏠림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고예산이 필수인 시리즈 영화가 늘어날수록 자본에서 소외되는 영화도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하위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에서 시리즈 영화가 자본을 독식하는 또 다른 괴물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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