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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초콜릿 ‘짜잔’, 우리 가족 인생샷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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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초콜릿 ‘짜잔’, 우리 가족 인생샷 ‘찰칵’

입력
2018.07.10 18: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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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추동마을 대청호반길의 ‘사진창고’는 사진사 없이 스스로 자신을 찍는 스튜디오다. 대전=최흥수기자
대전 동구 추동마을 대청호반길의 ‘사진창고’는 사진사 없이 스스로 자신을 찍는 스튜디오다. 대전=최흥수기자

전북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해 무주, 금산, 영동, 옥천 땅을 돌아 흐르던 금강은 대청호에서 잠시 쉬어간다. 1980년 대전과 청주(당시는 청원군) 사이 대청댐 건설로 생긴 대청호는 바다가 없는 내륙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해발 200~300m의 야트막한 산자락으로 파고든 호숫가엔 아침마다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가을이면 억새 물결이 일렁인다. 여름이면 짙은 녹음을 담은 잔잔한 호수가 지친 일상에 위안과 평화를 선사한다.

오백리(200km) 대청호 둘레에 걷기 길이 조성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대전 동구지역 ‘대청호반길’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쉬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댐이 완공된 지 38년, 남은 사람마저 섬 아닌 섬에 가두었던 무지막지한 개발의 상처도 조금씩 아물고 있다. 호수 주변으로 하나 둘씩 모여든 예술가들은 사그라져 가는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고즈넉하게 호숫가 산책을 즐기다가 문득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행, 대전마케팅공사가 추천하는 대청호 주변 ‘예술가와의 산책’ 체험을 소개한다.

대전 동구 대청호 주변에 때이른 코스모스가 피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대청호반길은 대전 도심에서 가까워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대전=최흥수기자
대전 동구 대청호 주변에 때이른 코스모스가 피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대청호반길은 대전 도심에서 가까워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대전=최흥수기자

이루지 못할 꿈 하나 ‘하늘강 아뜰리에’

대청댐에서 호수를 끼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야트막한 언덕 아래로 쑥 빠진 이현동 두메마을을 만난다. 부드럽게 휘어진 논두렁이 층층이 겹쳐진 풍경, 이곳이 대전광역시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마을 이름처럼 두메산골이다.

대전 대덕구 두메마을의 ‘하늘강 아뜰리에’
대전 대덕구 두메마을의 ‘하늘강 아뜰리에’
조윤상ㆍ신정숙 부부는 이곳에서 도자기로 마을 주민들과 소통한다.
조윤상ㆍ신정숙 부부는 이곳에서 도자기로 마을 주민들과 소통한다.
‘꿈 꽃’으로 장식한 ‘하늘강 아뜰리에’의 작품.
‘꿈 꽃’으로 장식한 ‘하늘강 아뜰리에’의 작품.

이 마을 한 가운데에 도예공방 ‘하늘강 아뜰리에’가 있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신정숙ㆍ조윤상 부부가 15년 전 작업장을 찾다가 운명처럼 만난 곳이다. 부부는 마을이 자신들을 품었다고 표현했다. ‘하늘강’은 신 대표의 인터넷 닉네임이기도 하다. 밤하늘에 강처럼 흐르는 별무리를 의미한다. 머그잔과 쟁반 등 생활도자기는 물론, 전시장에 걸린 도예작품에도 알록달록 원뿔 모양의 꽃들이 상징처럼 붙어 있다. 부부는 이를 ‘꿈 꽃’이라 불렀다. 별들의 꿈을 빚은 꽃이니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꿈이 꼭 이루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오십 줄에도 무한히 불가능한 꿈을 꾸는 마음새가 여전히 해맑다.

부부에게 대청호는 치유의 과정이다. 열다섯 해 보아 온 대청호는 언제나 새롭고, 한 번도 똑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댐 건설로 상처 입은 자연은 매년 스스로 복원을 계속한다. 치유와 복원은 사람의 마음까지 품는 개념이다. 도예공방은 아름다움으로 심리적 위안과 휴식을 나누는 공간이다.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서로의 공감대도 넓혀가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자기를 빚는 과정은 씨를 뿌리고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농사와 닮았다. 가끔은 능숙하게 흙을 빚는 어르신들의 숨은 재주에 놀라기도 한다. 노령화로 사그라지는 여느 농촌과 달리 두메마을에는 빈 집이 없다. 외지로 나갔던 자녀들이 꾸준히 들어오기 때문이다. 시골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 데에 ‘하늘강’도 일조하고 있음에 부부는 자부심을 느낀다.

개인이나 커플, 가족 단위로 예약하면 여행객도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성인 기준 1만5,000원이다. 정갈하게 가꾼 정원과 공방 옆 ‘끌리움’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부부의 작품을 감상해도 좋다. 마을 아래 호숫가에는 억새 습지가 유명하고, 인근 ‘로하스캠핑장’까지 이르는 도로도 운치 있다.

사색의 호숫가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다

대전 동구 추동마을은 대청호반길의 축소판이다. 호반길 방문객들의 안내를 도와주는 탐방지원센터가 위치하고 있고, 자연생태관과 수변공원이 어우러져 호젓하게 걷기 좋다.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도 인근이다. 억새와 버드나무 군락을 지나 호수로 가느다랗게 뻗은 육지 끝자락이다. 물안개 낀 아침이나 노을 지는 저녁이면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사색의 공간이다.

동구 추동마을 ‘사진창고’의 고풍스런 내부 장식.
동구 추동마을 ‘사진창고’의 고풍스런 내부 장식.
‘사진창고’ 안에는 자신들이 직접 찍은 개성 넘치는 사진들도 걸려 있다.
‘사진창고’ 안에는 자신들이 직접 찍은 개성 넘치는 사진들도 걸려 있다.

얼마 전 이곳에 색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사진창고’가 문을 열었다. 실제 창고로 쓰던 건물을 스튜디오로 개조했는데, 운영 방식이 독특하다. 입구의 커다란 미닫이문을 열어젖히면 잡동사니처럼 오래된 물건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흑백사진 액자부터 타자기, 축음기, 벽시계, 심지어 자전거도 걸려 있다. 갑자기 100년은 시간을 되돌린 듯하다. 그러나 이건 말 그대로 장식이다. 창고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 창고 내부의 절반은 스스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로 꾸며져 있다. 하얀 벽면을 배경으로 2개의 의자가 놓여 있고, 삼각대에 고정된 카메라가 그 장면을 응시하고 있다. 스튜디오에는 사진사가 따로 없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과 대면하는 공간이다.

리모컨으로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찍히고, 흑백 이미지가 카메라 옆 모니터에 자동으로 뜬다. 사진이 전송되는 약 2초간의 짧은 시간, 나의 모습이 어떻게 찍혔을까 살짝 긴장되고 설렌다. 초점과 조명은 자동으로 설정돼 있다. 잘못 찍었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컷 수와 상관없이 스튜디오는 시간 단위로 요금을 받는다. 4명 기준 1시간 10만원이다. 당연히 한 사람보다 커플, 커플보다 가족단위로 가면 이득이다. 자신이 찍은 모든 사진은 온라인 공유 사이트(웹하드)에 올려 다운로드 받는다.

피카소가 따로 없네, 추동마을 ‘초콜릿정원’에서는 자신만의 초콜릿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피카소가 따로 없네, 추동마을 ‘초콜릿정원’에서는 자신만의 초콜릿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참을 수 없는 유혹, 초콜릿을 만들던 아이가 손에 묻은 초콜릿을 맛보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유혹, 초콜릿을 만들던 아이가 손에 묻은 초콜릿을 맛보고 있다.

‘사진창고’ 인근에는 나만의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초콜릿정원’이 있다. 녹인 초콜릿을 원뿔 주머니에 넣고 짜서 원하는 모양대로 초콜릿을 만드는 체험 시설이자 판매장이다. 식품 포장에 쓰는 유산지에 그림을 그리듯 마음대로 초콜릿을 짜서 아몬드,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 견과류나 색깔이 고운 설탕 고체를 얹어 장식한다. 체험비는 개인 3만5,000원, 가족 5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구매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초콜릿을 만들고 가져 갈 수 있어 오히려 실속 있다.

승용차로 경부고속도로 대전IC에서 추동마을까지는 약 8km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 판암역에서 60번(80분 간격), 61번(120분 간격) 버스를 타면 약 20분이 걸린다.

대전=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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