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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상임위 통과한 법안도 심사
국회선진화법으로 더 막강해져
#2
제1야당이 위원장 관행처럼 맡아
정부∙여당 독주 막는 견제 역할도
#3
20대 국회 타 위원회 법안 137건
법사위에 발목 잡혀 계류 상태
여야 교섭단체가 10일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뚫고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인 법제사법위원회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다만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의 법안을 임의로 수정한다든지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월권’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운영위 산하에 국회운영개선소위를 구성해 법사위 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법사위원장을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 중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는 이번 원 구성 협상 내내 최대 관건이었다. 두 당의 양보 없는 대치가 계속되면서 협상에 진척이 없자, 민주당은 법사위 월권을 막는 제도 개선이 전제가 된다면 한국당에 내줄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한국당이 이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며 교착 상태가 이어졌고, 결국 법사위 권한 축소를 전제로 한국당이 확보하게 됐다.
여야가 이처럼 맞선 것은 법사위가 가진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명목상 법사위는 총 18개의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하나다. 국회법 제37조에 따르면 법무부ㆍ법제처ㆍ감사원ㆍ헌법재판소ㆍ법원 소관 의안을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ㆍ자구를 심사하는 역할도 겸한다는 점에서 법사위는 청와대 비서실을 담당하는 운영위와 함께 핵심 상임위로 꼽혀 왔다. 법안이 본회의에 오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최종 관문인 셈이다. 법사위에 이런 권한을 부여한 것은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이 위헌 가능성은 없는지, 다른 상임위나 부처 법안과 충돌하지 않는지 등을 최종적으로 검토해 법률의 완결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관행처럼 자리 잡은 17대 국회부터는 정부ㆍ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견제 장치로서 기능하기도 했다.
문제는 법사위가 법안 체계ㆍ자구 심사 권한을 무기로 사실상 다른 상임위 위에 군림하는 ‘상원’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그간 법사위가 타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지연시키거나, 법률에 정해진 체계ㆍ자구 심사 범위를 넘어 입법 취지를 훼손할 정도로 법안 내용을 수정해 논란이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3년 5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 처리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소관 상임위였던 환경노동위는 화학물질 유출 사고로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전체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의결했는데, 법사위의 체계ㆍ자구 심사 과정에서 과징금 부과 기준이 5%로 내려갔다. 이 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됐고, 환경노동위는 법사위의 월권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날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법안도 1,071건이나 된다. 이 중 각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 있는 타 위원회 법안만 137건으로 전체의 약 13%를 차지한다. 국회 관계자는 “2012년 사실상 교섭단체 간 합의가 있을 때만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가능하게 한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부터는 법사위의 권한이 더 막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월 우원식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른바 ‘법사위 갑질 방지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각 상임위에서 소관 법률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체계ㆍ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해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 소관 법안에 손을 댈 수 없도록 한 것이 골자다. 그럼에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던 법사위 제도 개선은 이날 원 구성 협상 타결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의재 인턴기자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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