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헌 문란’ 판단 여부가 쟁점
법조계 “법 적용 다툼의 여지”
국군기무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비상계엄 선포와 군병력을 동원한 촛불시위 진압을 계획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관련인사들을 형법 제90조 내란예비음모죄와 군형법 제8조 군사반란예비음모죄로 고발, 법리적인 타당성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기무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시계엄과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입수하고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당시 기무사1처장)을 이 같은 혐의로 10일 검찰에 고발했다. 소 참모장과 조 전 기무사령관은 해당 문건을 직접 작성하고 보고한 당사자로 추정되고 있다.
쟁점은 ‘내란예비음모죄’와 ‘군사반란예비음모죄’의 성립 여부. 형법 제90조에 따르면 내란예비음모죄는 국토를 참절(쿠데타 등을 통해 불법적으로 정권을 찬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혐의로, 형법이론상 ‘예비’는 범행도구 준비, 장소 물색 등 물적 준비를 이르며 ‘음모’는 도모할 공범을 모으는 인적 준비에 해당한다.
법조계에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은 “아직 사실관계가 조금 부정확한 부분이 있어 속단하기는 어렵다"며 "기무사 행위를 국헌 문란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탄핵 기각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 내란음모죄 적용을 두고 다툼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형법 상 국헌 문란의 정의를 보면 정부뿐 아니라 다른 국가기관을 전복할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내란음모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적용됐던 내란음모ㆍ내란선동ㆍ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은 “내란음모를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 결심을 표시하거나 전달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실질적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내란음모에 대해서는 무죄,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결했다. 과거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과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에도 내란음모죄가 적용된바 있으나 재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돼 유의미한 판례로 보기 어렵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내란음모죄가 인정되려면 국가를 전복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준비나 실행계획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며 "기무사 내에서 내란 범죄의 시기나 대상, 수단, 역할분담 등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인지하고 합의가 이뤄졌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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