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영토 같은 물리적 조건은 큰 의미가 없다. 블록체인과 토크나이즈(토큰화된 상품을 거래) 경제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탈린시 전자영주권(e-레지던시) 사무실에서 만난 카스파르 코르유스 전자영주권 총책임자는 미래 디지털 비전의 수준을 10단계로 나누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나눈 10단계 중 첫 단계는 실물 문서를 스캔해 디지털화 하는 수준이다. 2단계는 종이 없이 전자서명을 할 수 있는 시스템, 3단계는 전자 기반시설(인프라) 구축을 통해 시민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코르유스 총책임자는 “2주전 도로교통청 사이트에 접속해 정부가 내 의료정보와 차량 소유 상태 등을 열람하는데 동의했더니 1분만에 운전면허가 갱신됐다”고 말했다. 4단계는 ‘국경없는 세상’으로 현재 에스토니아에서 진행 중인 전자영주권을 의미한다. 5단계는 클라우드에 정보를 올려 지리적 한계를 넘는 것을, 6단계는 앱스토어 구축으로 정부가 자신들의 소스를 개방해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7단계는 ‘보이지 않는 정부’다. 그는 “아이가 태어나면 정부가 알아서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65세가 되면 자동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등 시민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정부가 찾아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행한 전자화폐(토큰)를 통해 시민들이 세금을 납부하는 등의 ‘토큰생태계’를 만드는 것, 인공지능(AI)을 정부와 산업 분야의 결정에 활용하는 게 각각 8,9단계다. 궁극적으로 영토와 국민 등을 벗어나는 ‘어우러지는(merging) 사회’가 마지막 단계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가 1단계라면 에스토니아는 5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게 코르유스 총책임자의 설명이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각각의 단계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해 신뢰도를 높이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며 “예컨대 4단계에서 전자영주권을 발급할 때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 기술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다만 블록체인은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그는 “블록체인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을 도와주는 ‘도구’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인프라 구축, 법제화, 관련 교육 같이 큰 그림이 없다면 블록체인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탈린=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