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59ㆍ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김모(49ㆍ구속기소)씨와 일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댓글 조작 범행을 모의한 장소를 찾아 현장 검증에 나섰다. 특검은 이들이 진술한 댓글 조작 당시 상황과 실제 현장이 일치하는지 확인한 동시에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다수의 휴대폰을 발견해 분석에 들어갔다.
10일 특검에 따르면 최득신 특별검사보 등 수사팀 관계자 7명은 이날 오후 경공모 사무실로 알려진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에서 1시간10분 동안 현장조사를 벌였다. 특검은 출판사 건물 내부 구조와 주차장부터 출입구까지 동선 등을 파악했다. 김씨 등 경공모 회원들은 느릅나무출판사에서 댓글 조작 자동화 시스템인 ‘킹크랩’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댓글 조작 규모와 시기를 규명해야 하는 수사팀은 현장 조사를 통해 김씨 등 경공모 회원들이 진술한 댓글 조작 당시 상황과 현장 구조가 실제로 일치하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2016년 10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출판사를 찾았고, 건물 2층에서 ‘킹크랩 시연회’를 열었다는 김씨 주장의 신빙성 여부도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특검이 건물 1층 바닥에 놓인 쓰레기더미에서 휴대폰 21대와 다량의 유심칩을 발견하면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또 불거지고 있다. 앞서 김씨 등을 수사한 경찰은 지난 3월 21일과 4월 22일 두 차례 출판사 압수수색을 통해 댓글 조작에 동원된 휴대폰(일명 잠수함) 300여개와 유심칩 등을 확보한 바 있다. 김씨 일당이 킹크랩과 휴대폰을 연동해 사용한 사실에 비춰 이날 발견된 휴대폰 역시 댓글 조작에 사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날 새로 발견된 휴대폰과 유심칩은 경찰이 마지막으로 출판사를 압수수색한 4월 이후 누군가 현장에 버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경찰이 두 차례 압수수색을 했음에도 유력한 증거물을 방치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면 문제가 커진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과거 압수수색 때 현장에 있던 휴대폰은 모두 수거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경찰ㆍ검찰 수사 단계에서 미처 분석하지 못했던 경공모 회원들의 암호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 암호해독 전문가를 불러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공식 수사 개시 이후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암호파일도 확보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28일 드루킹의 인사청탁 대상자로 알려진 도모(61) 변호사 등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특검 관계자는 “댓글 조작 관련자들이 조직적으로 일부 증거를 삭제하거나 암호를 걸어놔 증거 복원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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