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시작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타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을 재차 압박했다. 유럽연합(EU)과의 무역분쟁까지 겹친 상태에서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브뤼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토의 많은 나라들이 2% 지출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수년간의 미지급비용 연체 상태에 있다. 그들이 미국에 변제할 것인가?”라고 적었다.
‘2% 지출’이란 나토의 29개 회원국에 설정된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을 의미하며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지출하라는 뜻인데, 현재는 미국ㆍ영국ㆍ그리스ㆍ에스토니아ㆍ루마니아ㆍ폴란드가 2%를 초과해 지출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1.8%, 독일은 1.2%, 이탈리아는 1.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유럽 동맹들이 미국에 방위비 빚을 지고 있다는 기존의 잘못된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는 기존 미국의 나토 방위비 지출은 유럽의 비용을 대납해준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만의 독자적인 인식에 따른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EU와의 무역분쟁까지 동원해 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EU가 우리 농부와 노동자, 기업이 유럽에서 사업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도 우리가 그들을 나토를 통해 지켜주길 원한다. 말이 안 된다”라고 적었다.
유럽에서도 강한 말이 나왔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0일 나토와의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미국은 동맹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별로 동맹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뒤이어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EU보다 좋은 동맹이 없고 그런 동맹을 찾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스크 의장은 “우리는 러시아보다 더 많이, 중국만큼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게 우리 안보를 위한 투자임을 확신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러시아나 중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하기 힘들 거다”라고 적었다. 러시아나 중국이 미국의 세계 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군비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유럽만이 여전히 미국의 믿을 만한 동맹임을 상기시킨 것이다.
유럽 언론들은 11일부터 이틀간의 나토 정상회담 기간이 험난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냉전 이래 서구 안보를 보장해 온 ‘범대서양 동맹’이 서서히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한 한 유럽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그가 드러낸 진짜 문제가 의제가 될 것이고, 그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후에도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범대서양 관계는 이제 더 이상 당연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구나 브뤼셀 방문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을 거쳐 핀란드 헬싱키로 향해 16일 나토의 ‘최대 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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