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의 기적’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될 예정
영 명문 맨유 홈 구장에 소년과 구조대 초대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져 있었다’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의 시구처럼, 태국 치앙라이주 동굴에 고립됐다 구조된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과 엑까폰 찬따윙 코치가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인사로 떠올랐다. 이들의 극적인 생환 스토리는 영화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호주 뉴스닷컴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 기반을 둔 영화제작ㆍ배급사 퓨어 플릭스사는 태국 북부 치앙라이에 프로듀서 2명을 보내 동굴소년 구조작업의 영화 플롯 구성을 시작했다. 현지를 찾은 퓨어 플릭스사 프로듀서 마이클 스콧은 “할리우드 1급 스타들이 출연하는 영화로 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 동행한 제작자 애덤 스미스는 태국 네이비실 대원 등 관련자들에 대한 기초 인터뷰를 이미 시작했다. 구조작업이 완료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영화화 작업에 착수한 건 너무 성급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스콧은 “다른 영화사들이 몰려올 게 분명해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태국 여성과 결혼한 스콧은 “소년들의 이야기는 영감을 준다는 의미에서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우리 DNA와 딱 들어맞는다”면서 “믿을 수 없는 용기와 영웅적 행동을 영화로 그려낼 수 있어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인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도 움직였다. 맨유는 10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소년들과 구조대원들을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 초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도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에 생환자들을 초청했으나, 태국 축구협회 측은 치료 때문에 이들의 참석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FIFA는 자신들이 주관하는 다른 이벤트에 소년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벨기에와의 4강전에서 승리해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프랑스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폴 포그바(맨유)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 승리를 오늘의 영웅에게 바친다. 너희들은 정말 강하다”며 태국 동굴소년 12명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태국 보건당국은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소년들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밝혔다. 태국 보건청 통차이 럿윌라이랏타나퐁 검역조사관은 11일 “검진 결과 몸 상태는 대체로 좋은 편이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다”며 “다만 체중이 평균 2㎏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심각한 감염 징후도 찾지 못했다”면서 전날 마지막으로 구조된 5명도 저체온 증상은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동굴 안에 서식하는 박쥐를 매개로 한 박테리아 또는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했으나, 소년들은 박쥐 등 동물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소년들의 부모는 병원을 방문했으나 감염을 우려, 유리창 밖에서 소년들을 지켜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의료진은 소년들이 1주일가량 더 입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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