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전 번개 같은 질주에
허 찌르는 힐 패스 등 존재감
가장 높은 평점도 받았지만
추가시간 때 상대방 약 올리고
시간끌기 밉상 짓으로 옐로카드
“네이마르 영향 받았나” 비난 봇물
프랑스의 신성 킬리안 음바페(19ㆍ파리 생제르맹)가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벨기에와 4강전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재능을 자랑했다. 지난달 30일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2골을 터뜨려 세계 최고의 스타 리오넬 메시(31)를 집으로 돌려보냈던 음바페는 이후에도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프랑스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이날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후반 11분 전광석화 같은 질주와 상대 허를 찌르는 힐패스 등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전 잉글랜드 대표팀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는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처럼 정말 빠르다”면서 “폴 포그바와 공을 주고 받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 같았다”고 놀라워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프랑스의 1-0 승리로 끝난 경기에서 음바페에게 양 팀 선수 중 가장 높은 평점인 8.4점을 줬다.
음바페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피드를 선보인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 경기 때 음바페는 역습 상황에서 30~40m를 달려가 텅 빈 상대 골문에 골을 넣었다. 상대 선수 3명이 따라붙었지만 음바페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축구 전문 매체 ‘더18’에 따르면 당시 음바페의 스피드는 최고 시속 44.7㎞를 찍었다. ‘번개’ 볼트가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 9.58초로 세계 신기록을 작성할 때 찍은 최고 시속 44.72㎞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음바페의 기량이 메이저 국제대회에서도 통할지 의문이었지만 러시아월드컵에서 충분히 증명됐다. 미국 ABC 뉴스는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펠레(브라질)일지라도 음바페의 나이에 지금 같은 플레이를 못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아직 19세에 불과하지만 메시와 호날두에 가장 근접한 차세대 선수”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음바페는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아트 사커’에 먹칠을 했다. 후반 추가 시간 자신이 갖고 있던 공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자 직접 공을 잡고 상대 선수에게 주는 척하다가 그라운드 안에 던져 넣었다. 음바페에게 공을 받기 위해 따라갔던 벨기에 토비 알데르베이럴트(29ㆍ토트넘)는 음바페가 페널티지역으로 공을 몰고 가자 손으로 밀쳤다. 음바페가 약 올리는 행동을 멈추지 않자 악셀 비첼(29ㆍ텐진 콴잔)까지 재차 밀어서 넘어트렸다. 음바페의 개념 없는 시간 끌기에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음바페는 우루과이와 8강전에서도 상대 선수와 가벼운 신체접촉에 마치 큰 일이라도 난 듯이 그라운드에 누워 배를 움켜쥐고 뒹굴었다. 지나친 할리우드 액션에 그 때도 경고를 받았다. 음바페는 2경기 연속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8강전을 끝으로 그 동안 받았던 경고, 퇴장 카드가 소멸돼 결승전에 뛸 수 있다.
음바페의 할리우드 액션은 파리 생제르맹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네이마르(26)와 엮여 거센 비판을 받았다.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37ㆍ웨스트햄)는 “음바페가 네이마르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ESPN은 “파리 생제르맹이 네이마르와 음바페를 잘 가르쳤다”고 비꼬았다. 쏟아지는 비난에도 음바페는 의연했다. 그는 “속임수를 쓰지 않고 모두를 위해 뛰면 보상 받는다”며 “난 최대한 팀을 도왔고, 이것이 내가 신경 쓰는 전부”라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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