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자기주도 근무시간제
초과근무 1인당 月 10여시간 줄어
경찰청 내근직 1만2000명 적용
“상사와 9시 뉴스 보고 퇴근하는 관행이 뿌리 뽑힐 것이다.”
“실제 업무가 줄지 않으면 점심시간도 반납해야 한다.”
경찰청에도 ‘주 52시간 근무’ 바람이 불고 있다. 공무원인 경찰관은 개정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7월부터 ‘자기주도 근무시간제’가 실시되면서 초과근무가 1인당 10시간(한 달 기준) 이상 줄어서다.
자기주도 근무시간제는 정부 부처의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기 위해 초과근무 총량을 부서별로 제한한 것으로, 인사혁신처가 2014년부터 부처별 순차 도입했다. 월 최대 57시간이던 1인당 초과근무를 평균 40~45시간으로 정하고 부(팀) 인원수를 곱하는 식으로 총량을 제한한 것이다. 예컨대 부원이 10명, 1인에게 주어진 초과근무가 45시간이라면 한 달 450시간 범위에서 초과근무를 부원이 나눠 한다. 균등하게 근무했다면 1인당 12시간이 감축되는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는 시행 중이고 올 하반기부터 경찰, 소방, 해경에 도입하기로 했는데, 공교롭게도 7월 민간에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와 시기상 겹친 것”이라며 “다만 수사 등 초과근무가 일상인 일선 경찰서나 지구대는 제외하고 내근 위주의 본청과 지방청 직원 1만2,000여명(전체 경찰의 약 10%)에게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본청 A경정은 “과장이 저녁을 시키면 직원들이 남아서 9시 뉴스를 보고 퇴근하던 식의 불필요한 대기근무가 줄어들 것 같다”라며 “영어학원이나 헬스클럽 등록 이야기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다른 경찰청 관계자는 “위에서부터 칼퇴근을 강조하는 분위기라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이 생겨 좋다”고 했다.
반면 B경감은 “내근이라 해도 기본적으로 업무도 많고 근무 강도도 높은 곳이 본청”이라며 “매일 보고서 데드라인(마감)이 있는 정보파트 등은 초과근무 시간이 줄면 점심시간도 반납하고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C경위는 “호봉체계가 9단계로 분류되는 부처 공무원과 달리 경찰은 11계급으로 나뉘다 보니 같은 연차라도 월급이 상대적으로 적다”라며 “그 차이를 메워주는 게 시간외수당인데, 수당이 월 평균 20만원 가까이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제도 안착을 위해선 실제 업무를 줄여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경찰청이 ‘토요일 지휘부 티타임’을 없애면서 주말 근무 관행이 바뀐 것처럼,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실제 근무환경이 개선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워커홀릭(Workaholicㆍ일중독)’으로 알려진 민갑룡 청장 후보자가 취임하면 주말 회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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