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에서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위한 유네스코 지질공원전문가 현장평가가 진행됐다. 지난 4~6일 중국의 한진팡(Han Jinfang)과 스페인의 안나 루이즈(Ana Ruiz)가 참여한 가운데 세계지질공원 대표명소를 중심으로 지난 4년간의 지질공원 관리현황 및 발전상황을 점검했다.
지난 2010년 한라산을 비롯해 성산일출봉, 수월봉, 산방산·용머리해안, 만장굴, 중문대포 주상절리, 천지연폭포·서귀포층이 제주 세계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됐다. 이어 동백동산과 우도, 비양도가 추가돼 현재 12개소에 이르고 있다. 이에 앞서 제주도는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유네스코의 자연과학분야 3관왕에 오른, 세계에서 유일한 지역이 제주도다.
세계지질공원은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자연유산과는 관리 측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모두가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세계지질공원의 경우 보호 외에 현명한 관리, 즉 활용의 측면이 강조된다. 때문에 이번 심사에서도 ‘지오(Geo)’ 브랜드를 활용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에서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질공원 축제를 비롯해 지질트레일, ‘지오’ 상품개발 등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오(Geo) 브랜드는 지질관광 상품인 지오트레일(Geo-Trail), 지질테마숙소 지오하우스(Geo-House), 로컬푸드인 지오푸드(Geo-Food), 지질체험인 지오액티비티(Geo-Activity), 지질을 모티브로 제조한 가공식품 지오팜(Geo-Farm), 지질기념품 지오기프트(Geo-Gift)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오액티비티는 지질마을의 자연환경, 관광자원, 역사, 음식, 문화, 민속신앙 등을 지질적 특성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역의 자전거를 활용한 지질트레일, 해설사와 함께하는 수상지질트레일, 성산일출봉 지역의 해녀물질 불턱문화체험, 수중해저지질체험, 수월봉 지역 마을 트레킹, 전통주 시음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매년 개최하는 세계지질공원 수월봉 트레일은 현명한 활용의 본보기로 꼽힌다. ‘화산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수월봉을 둘러보며 전문가로부터 지질과 생태,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설을 듣는 지질탐방 프로그램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세계지질공원 지질트레일은 수월봉 외에 산방산·용머리해안, 김녕·월정, 성산일출봉 등에 걷기여행 코스가 개발돼 운영 중이다. 만장굴이 위치한 김녕리와 월정리에서는 돗제와 해신제가 열려 척박한 자연환경을 이겨낸 선인들의 지혜를 배우는 자리가 마련된다. 세계지질공원 대표명소를 돌아보며 제주 지질자원의 특징과 이를 활용하며 살아온 선인들의 삶을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제주는 면적이 넓지 않은데도 지질트레일마다 특성이 다르다. 수월봉 지질트레일의 경우 바다에서 분출한 화산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반면,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은 용암이 흐른 흔적인 동굴들이 발달해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용암돔인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의 화산쇄설물, 사계리 해안 사람발자국화석과 화순리의 곶자왈, 창고천 활용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또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은 세계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된 일출봉의 지질과 함께 주변에 산재한 역사 자원이 볼거리다.
제주 지질트레일의 또 하나의 특징은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있다. 마을마다 ‘마을지질해설사’를 양성해 이들이 직접 해설에 나서는데, 매년 교육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질전문가 못지않은 해설 솜씨를 뽐낸다. 제주 지질트레일은 마을지질해설사 외에도 다양한 인증상품이 개발해 지역 숙박업소와 음식점, 기념품 판매점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지질자원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세계지질공원을 활용한 지질관광과 지오 브랜드는 2016년 창의통합관광 부문에서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주에선 난개발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일부에 편중된 관광소득 분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자연환경 보존을 바탕으로 한 현명한 활용, 더불어 지역 주민이 함께 하는 관광개발에 대한 해결책을 세계지질공원 활용 사례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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