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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생태] 미세먼지 먹는 공기청정 식물 ‘틸란시아’ 아시나요

입력
2018.07.14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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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에 울퉁불퉁한 돌기 ‘트리콤’ 

 입자 작은 유해물질 흡착에 유리 

 수분 잘 잡아주는 특성도 있어 

 습기 흡착 먼지도 효율적 흡수 

 

 흙 사용하지 않아 키우기 쉽고 

 뿌리ㆍ잎ㆍ줄기 모두에 꽃 피워 

 실내 인테리어 효과로도 제격 

 잎이 서서히 자란 것으로 구입을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틸란시아 화분으로 활용하니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 됐다.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틸란시아 화분으로 활용하니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 됐다.

요즘 화원에 가면 ‘미세먼지 먹는 식물 틸란시아’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우려가 워낙 높은 것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식물은 보기도 좋은데 공기정화 기능까지 뛰어나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는데요. 식물 가운데서도 틸란시아가 미세먼지를 잡아 제거하는 효과가 있는 식물로 각광받는 것은 틸란시아만의 특수한 기관 때문입니다.

지난 5월 태국 방콕의 한 틸란시아 농장에서 위에는 수염틸란시아가 아래에선 이오난사가 재배되고 있다.
지난 5월 태국 방콕의 한 틸란시아 농장에서 위에는 수염틸란시아가 아래에선 이오난사가 재배되고 있다.

 

 틸란시아의 생태 

‘공기 식물’(air plants)이라고도 불리는 틸란시아는 주로 중남미를 중심으로 한 열대아메리카에 분포합니다. 틸란시아는 지구상에 무려 600종이 넘는 원종과 2,000여종 이상의 품종이 존재하는데요.

틸란시아는 북아메리카 남부에서 남미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서식하고 있습니다. 자생지의 환경을 보면, 햇볕이 적고 구름과 안개가 걸쳐 있는 곳으로 특징지을 수 있지요. 하지만 습도가 높은 숲이나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 지대, 고산의 서늘한 곳에서도 틸란시아는 잘 살아 남습니다.

틸란시아는 흙 없이 자라는 식물이지만 뿌리와 잎, 줄기, 꽃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종에 따라 나뭇가지나 민가 지붕, 바위에 붙어 자생하는데요, 틸란시아 파시큘라타는 멕시코 지역의 고온건조한 선인장에 붙어 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틸란시아의 잎은 종에 따라 구조가 아주 다른 게 특징입니다. 두껍고 거칠한 잎부터 아주 부드러운 잎도 있고, 잎 끝이 바늘처럼 뾰족한 것이 있는 가 하면 둥근 형태의 잎도 있지요.

이러한 잎에는 아주 특수하게 발달한 돌기모양의 ‘트리콤’(trichome)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대부분 하얗게 보이는데요. 종에 따라서 트리콤의 크기가 작아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 기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현미경으로 800배 확대한 틸란시아 크세로그라피카이의 트리콤.
현미경으로 800배 확대한 틸란시아 크세로그라피카이의 트리콤.

트리콤은 미세하면서도 울퉁불퉁한 표면을 지니고 있어 입자가 작은 미세먼지를 비롯해 유해물질 흡착에 유리합니다. 더욱이 수분을 잘 잡아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수분에 흡착된 먼지를 빠르게 많이 효율적으로 흡수하지요. 틸란시아 중에서도 표면적이 넓은 수염틸란시아가 미세먼지 흡착에 가장 유리한 종류입니다.

트리콤 덕분에 틸란시아는 6개월 정도 긴 기간 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살 수 있습니다. 강한 생명력의 원천인 겁니다. 트리콤은 잎에 물이 한번 공급되면 아주 많은 양의 물을 잎에 담아 둘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흙에 뿌리를 내리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틸란시아는 공기 중으로부터 직접 습기를 섭취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비나 안개, 야간 이슬 등으로 틸란시아의 잎에 물기가 젖게 되면 바로 트리콤이 수분을 잡아두는 것입니다. 그래서 틸란시아를 재배할 때, 잎에 물이 젖도록 물을 줘야 합니다.

틸란시아가 말라 있을 때는 하얗게 은빛을 발하지만 물을 주면 연녹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수분의 흡수에 따라 틸란시아의 색이 변하는 것 역시 트리콤이라는 조직 때문입니다. 강한 햇빛아래에서 틸란시아 잎의 온도를 낮추는 것 또한 트리콤의 역할입니다.

틸란시아 트리콤의 수분섭취 모식도. 위쪽 회색 윙이 수분을 흡수해 수분이 도망가지 않도록 하면서 화살표 방향을 따라 수분을 잎의 세포로 보낸다. 그림=전주 양현고 윤선경양.
틸란시아 트리콤의 수분섭취 모식도. 위쪽 회색 윙이 수분을 흡수해 수분이 도망가지 않도록 하면서 화살표 방향을 따라 수분을 잎의 세포로 보낸다. 그림=전주 양현고 윤선경양.

트리콤은 원형으로 생선 비늘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고 잎 표면에 길게 붙어 있습니다. 트리콤이 물을 모을 수 있는 건 바깥쪽에는 있는 윙(wing)이라는 기관 덕입니다. 틸란시아 텍토럼과 같이 트리콤이 긴 종들은 윙의 일부가 극단으로 길게 되어 있어, 미량의 수분을 모을 수 있도록 진화했습니다. 윙은 수분을 흡수하면 잎의 표면에 밀착하여 수분이 도망가지 않도록 하면서 수분을 잎의 세포로 흡수하도록 합니다.

이처럼 트리콤이 발달한 식물로는 가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인 담배, 페퓨니아,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실내에서 미세먼지 등을 제거하는 식물로 키우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습니다. 화분의 흙 날림을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미세먼지 같은 오염원을 제거하면서 실내 인테리어소재로도 좋은 최적의 식물로 틸란시아가 꼽히는 이유입니다.

틸란시아는 흙이 없어도 자라기 때문에 집안에서 기르기도 쉽고 인테리어 소재로도 훌륭하다.
틸란시아는 흙이 없어도 자라기 때문에 집안에서 기르기도 쉽고 인테리어 소재로도 훌륭하다.

 

 틸란시아 키우는 법 

자생지에서 대부분의 틸란시아는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을 수 있으면서 적당한 통풍과 적절한 기온 등이 유지되는 환경조건을 좋아합니다. 고온다습은 틸란시아에게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지요.

틸란시아는 물에 젖은 나무에 착생합니다. 일반적으로 틸란시아는 건조에 잘 견디지만, 본래는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지요. 한번 물을 줄 때는 충분히 주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장기간 동안 물에 젖어 있어서는 안됩니다.

평소에는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물을 주다가 시간이 충분한 주말에는 물을 받아 둔 양동이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꺼내 걸어두면 됩니다. 특히 틸란시아 셀레리아나와 텍토럼과 같이 트리콤이 많아 하얗게 보이는 종들은 건조에 강하기 때문에 물을 적게 주어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물을 너무 자주 공급해선 안됩니다. 반면 통풍은 틸란시아 재배에 있어 아주 중요합니다. 틸란시아의 재배적정 온도는 10~30도 사이로 폭이 넓은데요, 10도 미만에서도 짧은 기간은 견딜 수 있습니다.

 틸란시아 꽃 피우기 

틸란시아하면 일반적으로 꽃을 볼 수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틸란시아도 꽃을 피웁니다. 특히 수염틸란시아와 같은 일부 종은 꽃이 피었을 때 은은한 향을 발산하여 틸란시아 재배가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줍니다. 틸란시아들은 꽃이 피고 난 후 성장을 멈추고 종자를 만드는데, 이러한 종자를 파종하여 새로운 틸란시아를 만드는 재미도 더 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일단 식물체를 건강하게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햇빛이 충분해야 합니다. 개화 전후에는 어느 정도 영양분이 필요하므로 물을 줄 때 2번에 1번 정도는 영양제를 물에 희석하여 줍니다.

이오난사의 오른쪽 위에 작은 이오난사가 생겼다. 이오난사는 틸란시아 중에서도 새끼 이오난사(클럼프)를 잘 형성하는 편이다.
이오난사의 오른쪽 위에 작은 이오난사가 생겼다. 이오난사는 틸란시아 중에서도 새끼 이오난사(클럼프)를 잘 형성하는 편이다.

틸란시아는 종자를 갖고 증식하기도 하지만 포기나누기를 해도 됩니다. 이오난사, 베르게리, 붓지, 불보사 등이 새끼 틸란시아(클럼프)를 잘 만듭니다. 클럼프는 새로운 작은 개체가 만들어져서 덩어리를 이루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꽃이 피었을 때, 꽃을 빨리 제거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둘 것인가는 재배자가 선택해야 하는데요. 종자결실을 원한다면 꽃이 피고 꽃가루받이를 하여 자연적으로 떨어질 때까지 그대로 둬야 하겠지만, 만약 새끼치기로 하여 증식을 할 경우에는 가급적 빨리 꽃을 제거하여 양분손실을 막아야 합니다.

틸란시아는 흙이 없이 자라는 식물이지만 뿌리와 잎, 줄기, 꽃을 모두 갖고 있다.
틸란시아는 흙이 없이 자라는 식물이지만 뿌리와 잎, 줄기, 꽃을 모두 갖고 있다.

 

 틸란시아 구입하는 법 

틸란시아는 이제 웬만한 화원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게는 1,000원에서부터 수십만원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데요. 서서히 잎이 강하게 자란 식물체를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물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잎이 쭈글거리거나 병반이 있는 등의 식물체 구입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잎의 밑 부분이 조금이라도 썩어 있거나 중앙부분의 잎들이 무르게 빠지는 식물체 또한 구입하지 말아야 합니다.

새끼 틸란시아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면 이오난사를, 추위에 약하기는 하지만 나무판에 붙여 재배하고 싶다면 훈키아나를 추천합니다. 틸란시아 중에서도 추위에 강해 0도까지도 견디는 베르게리나 유목이나 고목에 붙여 기를 수 있는 붓찌는 인테리어 소품 역할까지 해낼 수 있습니다. 특이한 형태를 원한다면 잎의 표면에 트리콤도 많고 모양이 아주 특이한 셀레리아나와 수염틸란시아도 고려해보세요.

 새로운 틸란시아 품종 만들기 

틸란시아의 이름을 보면 ‘스트렙토필라x불보사’와 같이 적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교배에 의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생긴 식물체로 스트렙토필라의 암술머리에 불보사 꽃가루를 묻혀 생긴 새로운 품종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혹시 기르고 있는 틸란시아 2종류가 꽃이 피어 있다면 꽃가루받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들고 어떠한 형태의 식물과 꽃이 피는 지를 감상해보면 어떨까요.

틸란시아는 흙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할 수 있어서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안경점, 의상실, 서점 등과 같은 공간 내에서도 먼지를 내지 않고 오히려 먼지를 잡아내는 공기청정 인테리어 소재로서 추천할 만한 식물입니다. 공기 중에 매달아 실내장식용으로 좋은 틸란시아를 활착시키는 소재로는 헤고판, 코르크, 유목, 인테리어 바크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공기 중에 매달지 않고 책상 위나 식탁 위에 장식을 하고자 할 때는 도자기 화분 안에 수태나 인테리어 바크를 넣고 그 위에 얹어 재배하면 됩니다. 요즘 쓰레기 대란으로 플라스틱 일회용컵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커피를 마시고 난 후의 플라스틱 용기를 틸란시아 재배에 이용해보는 건 어떤가 합니다.

 

 글ㆍ사진= 윤필용 국립생태원 생태협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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