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로 전망 낮춰… “잠재성장률 수준의 견실한 성장세” 입장은 유지
금통위선 첫 ‘금리 인상’ 소수의견 출현… 연내 금리 올릴 여지 열어놔
한국은행이 12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분쟁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고용ㆍ생산 등 상반기 경기지표 부진을 반영한 결과인데, 한은은 국내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견실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이날 기준금리를 연 1.50%로 8개월째 동결하되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등장시켜 하반기 금리 인상 여지를 열어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대내외 경제여건을 점검해본 결과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조정하고 물가상승률 전망치(1.6%)는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성장률을 낮춰 잡은 이유로 미국발 글로벌 무역분쟁 확대를 들었다. 그는 “성장과 물가 흐름이 4월 전망 때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글로벌 무역분쟁으로 대표되는 경로상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며 “무역분쟁 전개 양상에 따라 우리 경제와 수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2.9% 성장 또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한은 추정치 2.8~2.9%)에 부합하는 양호한 수준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가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물가상승 유발 없이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한다. 이 총재는 “올 하반기에도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견실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물가 또한 4분기에는 목표치(2%)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를 들어 한은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장 일각의 관측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5개월째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는 고용시장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인구구조 변화, 자본집약적 산업 위주의 성장 구조, 낮은 서비스업 생산성 등 구조적 변화를 같이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 이후 7개월 동안 7인 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던 금통위도 이날 회의에선 이일형 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변화를 줬다. 통상 한은 기준금리 동결기에 출현하는 소수의견은 향후 금리 조정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경기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면서도 기본적으로 견실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입장을 강조한 이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물가가 목표 수준에 근접한다면 통화완화 수준 조정(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