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나달은 7년 만에 4강 안착
살아난 조코비치와 결승행 격돌
‘흙신’ 라파엘 나달(1위ㆍ스페인)과 ‘잔디 코트의 황제’ 로저 페더러(2위ㆍ스위스)의 희비가 엇갈렸다.
나달은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총상금 3,400만 파운드ㆍ약 499억원) 9일째 남자단식 8강전에서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4위ㆍ아르헨티나)와 4시간 47분의 혈투 끝에 3-2(7-5 6-7<7-9> 4-6 6-4 6-4)로 승리했다. 지난 2011년 준우승 이후 7년 만에 윔블던 4강 고지를 밟은 나달은 노박 조코비치(21위ㆍ세르비아)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올해 프랑스오픈 챔피언인 나달은 2008년, 2010년에 이어 이 대회 세 번째 우승 꿈을 부풀렸다.
반면 디펜딩챔피언이자 윔블던의 최강자 페더러는 쓸쓸하게 퇴장했다. 그는 케빈 앤더슨(8위ㆍ남아공)을 만나 2-3(6-2 7-6<7-5> 6-7<5-7> 5-7 11-13)으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먼저 두 세트를 따내며 윔블던 34세트 연속 승리로 4강 티켓을 눈앞에 두는 듯했던 페더러는 3세트와 4세트에서 매치포인트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5세트로 끌려들어 갔다. 윔블던은 최종 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 없는 '끝장 대결'을 벌여야 하는 게 특징이다. 페더러는 5세트 게임 스코어 11-11에서 이날 경기 첫 더블폴트를 범해 서비스 게임을 내주면서 결국 4시간 13분이 걸린 접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1999년 이후 20년째 윔블던만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출전했던 페더러가 이 대회 세트 스코어 2-0에서 내리 3세트를 내줘 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이저대회 통산 20회 우승에 빛나는 페더러는 윔블던에서만 8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잔디 코트의 황제로 군림했다. 특히 올해 호주오픈 정상에 오른 뒤 프랑스오픈을 포함한 클레이코트 시즌을 건너뛰면서까지 윔블던에 올인했기에 충격이 더 컸다. 페더러는 경기 후 “이곳에 앉아서 상실감을 이야기하는 게 테니스 선수로 느낄 수 있는 최악의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복하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겠다"면서 "잠시가 될지, 30분이 될지는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며 괴로워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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