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본 17일간의 동굴 드라마가 기적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태국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 안에 갇혔던 야생 멧돼지 유소년 축구팀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무사히 전원 구조됐다고 태국 해군 네이비실이 페이스북을 통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지난달 23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동굴에 들어갔다 폭우로 물이 불어나며 고립된 이들은 마침내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 품으로 모두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현재 구조된 소년들은 치앙마이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열흘을 굶어 몸무게가 줄기는 했지만 건강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태국 보건당국이 밝혔다.
병실 창문 밖으로만 면회가 허용된 가족들은 소년들에게 손을 흔들어 돌아온 것을 환영했으며 일부는 기쁨의 눈물을 손수건으로 훔치기도 했다.
동굴에서 살아 돌아온 소년 티툰(11)의 아버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창문을 통해 아들을 봤는데, 그저 꼭 안아주고 싶었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새 삶을 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소년 축구팀 선수와 코치가 모두 무사히 구조되는 기적 뒤에는 국적을 불문하고 헌신한 영웅들이 있었다.
실종 열흘 만인 지난 2일 이들을 처음 발견하고 구조계획의 토대를 세운 영국인 전문 잠수사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좁은 동굴의 거센 물살을 헤치며 구조활동을 펼친 미군 구조대원과 태국 해군 네이비실 대원들, 생존자 13명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구조 순위를 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동굴 잠수 베테랑인 호주 의사,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동굴에서 구조된 코치 역시 두려움에 빠진 선수들을 명상으로 추스르고, 천장과 종유석의 물방울을 마시게 하는 기지를 발휘해 소년들이 무탈하게 생환되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더불어 침착하게 구조현장을 지휘한 나롱싹 오솟따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와 무리한 취재 및 보도를 자제한 언론매체, 동굴 앞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돕기 위해 각자의 역량을 동원한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에 동굴의 기적이 가능했다.
12일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TV담화를 통해 구조작업에 참여한 자원봉사자와 공무원, 민간기업은 물론 소년들의 생환을 기원한 전 세계 모든 국민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구조작업 중 숨진 사만 푸난 전 태국 네이비실 대원의 희생을 언급하며 “사만의 업적은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홍인기 기자
정리=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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