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174. 여덟 살 도사혼종견 ‘초코’
3년전 개를 식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기르는 개농장에 가본적이 있습니다. 200마리 이상 개를 키우는 곳이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는 모습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 중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철창 속에서 자신들의 운명을 모르는 새끼 두 마리와 쳐진 눈으로 밖을 바라보던 어미 도사혼종견(크기를 키우기 위해 도사견과 누렁이를 교배시킨 종)이었습니다. 또 다른 칸에 모여 있는 어미 젖을 뗀 도사혼종견 강아지들은 사람이 다가가자 꼬리를 흔들며 반기기 바빴습니다. 좁은 철창에서 잔반을 먹으며 살게 하는 사람들이 뭐 그리 좋다고 좋아하는지.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때 확실히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식용으로 따로 키우는 개들도 우리 곁 반려견과 다르지 않음을. 똑 같은 개임을 말입니다. 몸집이 커지는 8개월~1년 정도 되면 도살을 한다고 하니 이미 그 때 만난 강아지들은 이 세상에 없겠지요.
이번 회차에 소개할 도사혼종견 초코(8세 추정ㆍ암컷)도 6년전 경북 구미의 한 개농장에서 구조됐습니다. 산 속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제보를 받은 한 방송사가 개농장을 찾았는데 상황이 너무 처참해 그대로 둘 수 없었다고 합니다. 20여마리의 개들이 물과 밥도 없이 방치되어 있었고, 굶주림을 참지 못해 이미 죽은 채 발견된 개들도 있었습니다. 방송사는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활동가들은 개들을 구조한 후 새 가족을 찾아주었습니다. 초코도 그 중 한 마리였지요.
초코는 그 해 바로 경북 경주로 입양이 되었지만 2년 후 센터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초코의 주인아저씨가 해외로 나가게 되어 덩치 큰 초코를 돌봐 줄 사람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초코는 덩치만 컸지 하는 행동은 영락없는 애교많은 반려견이라고 합니다. 온순한데다 다른 개 친구들에게도 친절하다고 하는데요. 사실 초코에게는 치명적 반전 매력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감’입니다. 활동가들이 초코를 만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면 달려와 안기고 얼굴을 들어 그윽하게 쳐다보면서 만져달라, 쓰다듬어 달라고 애교를 부리는데, 그 애교에 웃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초코는 푹신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고요. 이불을 깔아주면 뜯어놓기는커녕 얌전히 잘 사용한다고 해요.
동물자유연대 반려복지센터의 윤정임 국장은 “개농장에서 구조한, 사람들이 식용견이라 부르는 도사누렁이는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반려동물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오는 17일 초복이 다가옵니다. 복날 때문에 지금도 우리나라에선 초코와 같이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이 20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합니다. 올해는 개식용을 끝내기 위한 법안들도 발의가 되어 있는데요.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에게 죽음이 아닌 초코와 같이 적어도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기회가 주어지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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