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백상아리를 만나도 코만 만지면 산다. 게티이미지 뱅크
옛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죠. 아무리 급한 상황에 몰려도 정신만 똑똑히 차리고 있으면 모면할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데요. 최근 이 속담에 딱 들어맞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호주 서부 최대 도시인 퍼스(Perth)의 오거스타(Augusta) 해안에서 백상아리(white shark)와 마주친 다이버가 위험한 순간을 무사히 벗어난 건데요. 다이버가 백상아리와의 몸싸움에서 이긴 거냐고요? 아닙니다. 다이버는 단지 백상아리의 코를 만졌을 뿐입니다.
지난달 28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이 다이버는 잠수 중 바닷속 최상위 포식자인 백상아리와 마주치자, 코를 문지르는 행동으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아주 날카롭고 하얀 이빨을 드러낸 백상아리가 마치 자신의 코를 만지는 다이버의 손길을 느끼는 듯 머리를 물 밖으로 내민 채 움직이지 않았다고 있는데요.
백상아리가 이 같은 행동을 보인 것은 바로 긴장이나 공포 때문에 일시적으로 몸이 굳어 꼼짝도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 ‘긴장성 부동화’(tonic immobility) 때문이라고 합니다.
상어의 입부터 코끝 사이에 있는 로렌치니 기관(Lorenzini’s ampullae)에 충격을 주면 상어가 몇 분 동안 긴장성 부동화로 인해 몸이 굳는다고 합니다.
로렌치니 기관은 수온과 수압의 변화뿐 아니라 주변 물고기의 아주 미세한 전기 신호까지 감지하는 상어의 신체 기관인데요.
이태리 해부학자 로렌치니가 1678년 발견해 이름 붙여진 이 기관에 충격을 가하면 긴장성 부동화가 나오는 결과에 대해 해양동물학자들은 아직 그 이유를 정확히 찾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다이버들 가운데 일부는 상어의 표적이 되기 전, 미리 로렌치니 기관에 충격을 가해 위기를 벗어난다고 하는데요. 물론 평생 써먹을 일이 없어야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우리도 상어의 약점을 알고 있는 게 낫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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