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남구에서 중간수준 점포 운영
최저임금 8350원 후폭풍에 걱정
판매이익 35% 본사에 수수료 내고
한달 임대료 500만원이나 지급
#2
“하루 매출 250만원 이상 올리는
A급 점포 외엔 버티기 어려워”
점주들, 휴업 등 단체행동은 유보
“최저임금이 예정대로 인상되면 편의점 절반 이상이 문 닫아야 할 겁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자, 퇴직금으로 편의점을 차린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매일 8시간씩 근무하는 지금도 월 20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을 가져가는데,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손에 쥐는 돈이 100만원을 겨우 넘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언론에 나오는 아르바이트생보다 돈을 더 못 버는 사장이 바로 나”라며 “가맹점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내년에는 미련 없이 가게를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서울 강남의 편의점에서 한 달에 채 200만원을 벌지 못하는 건 우선 점포 매출에 비해 임대료가 너무 비싼 탓이 크다. 그의 점포는 하루 매출 180만원으로 전국 편의점 가운데 중간 수준인 ‘B급 점포’로 분류된다. 하지만 가맹수수료를 본사에 내고 남는 약 1,100만원 중 45% 가량(약 500만원)이 임대료로 나간다. 김씨는 “유동인구가 많아 하루 매출이 200만원은 쉽게 넘겨 높은 임대료도 감당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게 실수였다”며 “최근에도 인근에 편의점이 하나 둘 늘고 있어 갈수록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분석을 잘못한 김씨에겐 결국 시간당 1만원이 채 안 되는 최저임금만이 자신의 수입을 결정할 중요 변수로 남는다. 올해 최저임금(7,530원)이 작년보다 16.4% 오르면서 김씨가 집에 가져가는 돈은 2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건강이 안 좋아도 하루 8시간 직접 근무하며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김씨에게 1년 새 시간당 1,000원이나 오른 최저임금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오를 때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대책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해 봤지만 인건비가 오른 것 말고는 변한 게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또 10% 이상 오르면 하루 매출 250만원 이상의 ‘A급 점포’ 말고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김씨와 사정이 비슷한 B급 점포는 전국 7만여 편의점의 약 40%인 2만8,000여개로 추산된다. 하루 매출 150만원 이하인 C급 점포는 30%인 2만1,000여 곳에 달한다. 하루 매출 250만원 이상인 A급 점포는 2만여 곳이다. 편의점 가맹 본사 관계자는 “상위 1%인 특A급 점포는 하루 평균 4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점주는 한 달 수입으로 1,000만원 이상을 번다”며 “A급 점포 이상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가맹점주 대표단체인 전국편의점가맹점협의회(전편협)도 임대료와 아르바이트생 고용 시간 등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겠지만 편의점 본사의 지원비 등이 없으면 C급 점포는 전부, B급 점포는 절반 정도가 최저임금 인상을 버틸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전국 편의점의 50%가 내년부터는 ‘사장이 알바보다 돈을 못 버는 점포’가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성인제 전편협 공동대표는 “2년간 29%에 이르는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B, C급 점포들이 존폐 기로에 몰리고 있다”며 “정부와 편의점 본사가 실질적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동맹휴업과 심야할증 등의 단체행동을 경고했던 전편협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반대 투쟁이 ‘을 대 을’의 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단체 행동을 유보하기로 했다. 계상혁 전편협 회장은 “정부와 가맹 본사가 내놓는 대안과 대책을 들어보고 단체행동 실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신용카드와 가맹수수료 인하 등의 대책을 요구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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