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비대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한정석(50)씨는 얼마 전부터 시작된 열대야로 잠자리가 불안해졌다. 평소 빈뇨과 야간뇨로 밤중에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잦은데, 열대야까지 겹쳐 잠을 더 자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중ㆍ장년 남성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전립선비대증은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선의 크기가 커지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소변길을 좁아지게 만들어 배뇨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전립선이 커지는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른 만성질환처럼 여러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원인은 노화로 인한 남성호르몬의 불균형이다. 일반적으로 전립선비대증은 50대 남성의 50%, 60대 남성의 60%, 70대 남성의 70%가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립선비대증의 증상은 두 가지다. 소변볼 때 느끼는 배뇨증상과 소변이 방광에 찰 때 느끼는 저장증상이다. 배뇨증상으로는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는 ‘약뇨’, 배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주저’, 소변본 후에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 등이 있다. 저장증상에는 소변을 자주 본다고 느끼는 ‘빈뇨’, 야간에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잠에서 깨는 ‘야간뇨’, 갑자기 소변이 마려우면서 참기 어려운 ‘요절박’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남성들의 평범한 일상을 깨트린다.
윤병일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윤병일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은 빈뇨, 야간뇨 등으로 수면을 방해 받기 일쑤”라며 “이렇게 수면의 질이 저하되면 불면증, 주간졸림증으로 이어져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실시한 ‘야간뇨로 인한 주간졸림 증상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야간뇨는 수면방해뿐만 아니라 주간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야간뇨를 겪는 사람들이 수면의 질적 저하로 주간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는 비율이 대조군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또한 생명과 직결된 운전 중 졸음을 경험한 비율도 2배나 높았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은 응급질환이 아닌 질환의 특성과 비뇨기과를 찾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등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윤병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을 방치하면 방광염, 요로결석, 신우신염, 급성전립선염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심하면 신부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가듯 남성들도 정기적으로 비뇨기과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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