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조용한 영토분쟁] 어부의 섬인가, 식민지배의 유산인가

입력
2018.07.20 17:00
수정
2018.07.20 19:02
20면
0 0
애시모어 암초 위치와 항공사진. Globalsecurity.org(왼쪽) GeoscienceAustralia
애시모어 암초 위치와 항공사진. Globalsecurity.org(왼쪽) GeoscienceAustralia

남태평양 한복판 대륙에 둥지를 든 호주는 주위에 적국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는 호주의 잠재적 적국으로 이웃 인도네시아를 꼽고 있다. 실제로 두 나라 사이에는 공개적이고 눈에 띄는 영토분쟁은 없지만, 2000년대 이후 호주가 반 이민정책을 강화하면서 ‘애시모어’(Ashmoreㆍ인도네시아명 팔라우 파시르) 암초를 둘러싸고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사이 티모르해에 있는 애시모어 암초는 거리상으로는 인도네시아에 훨씬 가깝다. 인도네시아 로테섬과는 100여㎞ 거리인 반면, 호주대륙과는 그 두 배인 200여㎞나 떨어져 있다. 그래서 인간이 지배하고 이용한 역사로 따진다면, ‘애시모어 암초의 영유권은 인도네시아가 갖는 게 맞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근 티모르섬 주민들이 오랜 과거부터 이 암초를 찾아 어업 등의 활동에 나선 흔적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호주가 국제사회에서 이 모래투성이 무인도의 영유권을 인정받고 있는 건 과거 식민지배 역사에 따른 것이다. 그 역사는 18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고 호주는 대영제국에 속해 있었는데, 네덜란드는 이 섬이 영국에 합병됐음을 인정했다. 1931년 7월23일 영국은 인근 카르티에(Cartier) 섬과 함께 애시모어 암초의 관할권을 호주 노던테리토리주(Northern Territory)로 이전했다. 호주가 영국에서 독립한 뒤에도 상당기간 이 암초는 중요성을 인정 받지 못한 채 이 주의 일부로 취급됐다. 호주 정부가 이 암초가 갖는 국제법상의 특수성 때문에 별도의 전담ㆍ관리정책을 수립한 건 1983년이 돼서다.

거리로 따지면 남태평양의 아시아 국가에 속하는 게 당연한데도, 식민지배 유산 덕분에 호주가 차지하고 있는 섬은 이 뿐만이 아니다. 토레스 해협의 탤보트 제도 역시 파푸아 뉴기니와는 붙어있다시피 하지만 호주 영토이며 호주가 영유권을 행사하는 크리스마스섬도 인도네시아에 더 가깝다.

애시모어 암초와 관련,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다. 그러나 호주가 난민과 이민정책을 엄격히 시행하고, 두 나라가 암묵적으로 인정해오던 암초 영유권이 분쟁화할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보수 진영 일부에서 ‘수 천년 전부터 이 암초를 고기잡이 터전으로 이용해온 인도네시아가 영유권을 주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보수진영이 호주가 약속을 파기했다고 지적하는 근거는 1974년의 양해각서(MOU)다. 인도네시아 어부들의 암초 인근 해상 조업을 보장하는 내용인데, 2003년부터 호주가 이를 파기하고 외부인의 암초 접근을 봉쇄하고 나섰다. 당시 호주 정부는 동남아 브로커들이 불법 이민자를 이 암초에 상륙시킨 뒤 난민 인정을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 조치를 취했다. 이 암초가 호주 영토이기는 하지만 난민 인정을 요구할 수 없는 특별지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대다수 국제기구는 이 섬에 대한 호주의 영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왕구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