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내식 파동’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SK그룹이 인수 검토 중이란 루머에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17일 장중 한때 20% 이상 급등했다. 양사가 신속히 부인하며 해프닝에 그쳤지만, 최근 시장과 투자자들이 아시아나항공을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 사건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사건의 발단은 한 인터넷 매체가 ‘SK, 아시아나항공 인수 검토 착수’를 보도한 것이다. 이 매체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최근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식 제안했고, 조대식 의장이 위원장을 맡은 전략위원회에서 이를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또 “SK가 지난 4월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협의회 내 신설부서인 글로벌사업개발부 부사장에 영입한 것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다”라고 덧붙였다.
기사가 퍼지면서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증시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30분 전날 종가보다 22% 이상 오른 주당 5,130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주가 이상 급등에 한국거래소는 즉각 SK 측에 인수 추진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답변 시한은 오후 6시까지였지만 SK그룹의 지주사인 ㈜SK는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지 불과 27분 만에 “현재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신속히 답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다시 급락해 결국 전날보다 2.99% 오른 4,300원에 장을 마쳤다.
인수 제안 당사자로 거론된 박정호 사장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두 기자들의 질문에 “인수 추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해, SK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은 일단 해프닝으로 넘어 가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 역시 “매각설은 근거가 없다”고 부인했고, SK 관계자도 “최규남 전 대표 영입은 항공업과 무관하게 글로벌 투자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날 아시아나항공 주가 급등이 역설적으로 최근 불안한 아시아나항공의 위상을 말해주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내식 파동으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이행에 우려가 높아지자 투자자들이 매각 시나리오를 그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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