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군 법무관이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 관련자들에 대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안’과 ‘정보’를 무기 삼아 사찰을 행하고, 상대의 약점을 잡아 군대 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기무사가 이제 냉엄한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군 검찰 출신 김정민 변호사는 1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계엄 문건을 작성하는데 관여한 사람들에 대해 “제가 장담하건대 지옥을 보게 될 거다. 완벽하게 훈련된 법조인한테 취조 당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건지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기무사의 계엄 문건을 두고 군과 일부 야당에서 ‘실행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검토를 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우선 “계획에 불과하다는 해명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건의 마지막 부분 ‘향후 조치’를 보면 ‘철저한 보안대책 강구 하(下) 임무수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음’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계획에 그친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게 준비해놓고 있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또한 문건에 적시된 ‘본 대비계획을 국방부ㆍ육군본부 등 관련부대(기관)에 제공’한다는 내용도 기무사에서 계획만 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대나 기관과 논의한 것이라는 방증이라는 게 김 변호사의 생각이다. 그는 “청와대에서 관련 부대 문건을 찾아 올리라고 한 것은 (계엄 문건이) 하달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져와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의 ‘제한사항’ 부분에 들어 있는 ‘국민 권리ㆍ의무 침해 등 위헌 소지’ 부분도 국가기관의 공문서에 담길 수 없는 내용이라고 김 변호사는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부분을 보면 ‘국민 권리ㆍ의무 침해 등 위헌 소지는 있으나 (중략) 군의 직접적인 책임 무’라고 적혀 있다. 김 변호사는 “위헌적이라는 것은 고의로 국법질서를 문란시키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면서 “위헌인 걸 자기들이 알면서 그걸 적극 활용하고도 ‘우리가 직접 책임질 일은 없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문건 작성 경위를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는 문건 작성을 그저 통보만 받았을 것이라고 김 변호사는 분석했다.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아야 할 문서라면 ‘보고자: 기무사령관’ ‘결재자: 국방부 장관’ 등 결재란이 있어야 하는데 문서 하단에 ‘국군기무사령부’라고만 적혀 있다. 김 변호사는 “‘나중에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헤매지 마시고 윗 선에서 결정 다 떨어졌으니 이렇게 가는 겁니다. 알고나 계세요’라는 의미”라며 “그러니 (한 전) 장관이 지금 횡설수설 갈팡질팡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