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70% 저렴해도
신혼부부가 분양받기 어려워
당첨만 되면 수억대 시세차익
부모 도움으로 편법 청약 우려
형평성 논란에 청와대 국민청원도 폭주
“시세보다 70% 저렴하다지만부모 도움 없이 신혼부부가 분양 받기는 어려운 금액입니다.금수저들만 도와주는 것 아닌가요?”
“부모님 명의의 잠실 50평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공무원 친구가 수서 신혼희망타운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네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신혼희망타운’ 관련 불만의 글이다.서울ㆍ수도권 등에 시세의 70% 수준 분양가로신혼부부 주거지를 공급하는 정책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일명 ‘금수저’들의 불법 청약이 우려되지만 이를 차단할 마땅한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발표한 ‘신혼부부ㆍ청년 주거지원 방안’에서 결혼 후 7년 이내 신혼부부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2022년까지 10만호 공공주택을 신혼희망타운이라는 이름으로 공급한다고 발표했다.오는 12월 위례신도시와 평택 고덕신도시부터 분양이 진행된다.
정부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신혼희망타운은 ‘로또 아파트’ 논란에 휩싸였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만큼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서다.
공공분양 아파트의 ‘로또’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정부 때 추진한 ‘보금자리주택’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울세곡동 등에 조성된 강남 보금자리지구에‘강남LH1단지’(809가구)와 ‘세곡푸르지오’(912가구) 2개 단지를 공공분양 했다.2011년 1월 청약을 진행한 세곡푸르지오 분양가는 전용면적 59㎡가 2억2,400만원, 84㎡가 3억4,200만원이었다. 같은 해 8월 분양한 강남LH1단지는 59㎡가 2억3,100만원, 84㎡가 3억5,700만원이었다.
이 아파트들은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후 분양가의 2배가 넘는 값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세곡푸르지오 59㎡는 2015년 9월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6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강남LH1단지 59㎡는 2016년 7월 6억원대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현재 시세는 이보다 더욱 올라 세곡푸르지오는 59㎡9억원, 84㎡ 11억2,500만원이다. 강남LH1단지도 분양가 대비 3~4배 뛰었다. 서민을 위한 보금자리지구가이제 서민은 꿈도 꿀 수 없는 아파트가 된 셈이다.
신혼희망타운도 이와 유사한 논란을 되풀이할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평범한 신혼부부보다는 재력가를 부모로 둔 ‘금수저’들이 편법을 동원해 청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금수저 청약’을 막기 위해 신혼희망타운 입주 자격에 순자산 2억5,060만원 이하 조건을 추가했지만실제 분양가가 상당해 자산가 부모의 도움없이 들어오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연말 입주자 모집 예정인 위례신도시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전용면적 46㎡의 추정 분양가는 3억9,700만원, 55㎡은 4억6,000만원이다. 전용 55㎡ 당첨 신혼부부가 1억4,000만원을 미리 납부한 뒤 나머지 3억2,000만원을 연 금리 1.3%의 신혼희망타운 전용 모기지(주택담보대출)로 마련한다면 만기 20년 대출이라면 매달 160만원을, 30년이라면 110만원을 상환해야 한다.가장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서역세권은 월 부담금이 200만원을 넘을 수도 있다.대출 금리가 올라갈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신혼희망타운 분양신청 자격에 맞는, 월 650만원(외벌이 월 600만원)을 벌고 아이가 하나인 맞벌이 신혼부부에게는 상당히 부담이 큰 금액이다.
신혼희망타운이 보금자리주택의 재판이 되지 않으려면 과도한 시세 차익을 막을 제도부터 갖추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청약자들이 가짜 부채를 늘리거나 위장이혼 등을할 수 있다”며 “전매제한 기간을 5~10년으로 늘리고 거주기간을 2배 늘리는 등 중간에 팔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