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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작가 이나가키 에세이 접한 후
앞서 출판된 책들까지 찾아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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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철학강의 영향으로
프로이트 책 두 권 들고 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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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사상이 내 성향과 맞고
이진경 작가의 근황 궁금해
‘불교를 철학하다’도 읽었죠
딱히 좋아하는 작가도 없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편이라 책 몇 장을 이어 읽지 못한다더니…… 으악, 속았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야 책 얘기로 4시간 30분이나 떠들었음을 안 나였다. 애써 거리두기를 계속 시도한 듯했으나 그는 암수한몸처럼 제 몸에 들어와 있는 책의 그림자를 연신 내게 들키고 있었다. 굳이 엑스레이로 찍어보지 않아도 그의 뼈가 희다는 걸 아는 것처럼, 그에게 책이란 어쩌면 제 몸의 희디흰 뼈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일순 들기도 하였다. 안 보여서 없는 것 같아도 정작 없으면 진짜로 우리를 무너지게 하는 뼈, 책은 정말 그런 것일까.
김민정(김)= “책으로 만났습니다. 책이 아니었다면 평생 만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책을 많이 읽는 지요.”
장기하(장)= “많이는 못 읽어요. 빨리 읽지를 못해서요. 막 많은 책을 섭렵할 수 있는 그런 타입은 좀 아닌 것 같아요.
김= “주로 어떤 종류의 책을 읽나요?”
장= “별로 가리는 편은 아닌데 음, 지금 읽고 있는 책을 감안해보니 에세이 쪽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퇴사하겠습니니다’라고 일본 작가의 책인데 이름이…… 잠시만요, 무슨 에미꼬라는 분인데…… 아 맞다, 이나가키 에미코라고 네 맞아요, 머리 뽀글뽀글 그분 책 중에서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를 읽고 너무 맘에 들어서 앞서 나온 책도 찾아 읽고 있는 거거든요.”
김= “노랫말을 직접 다 쓰잖아요. 물론 가사를 쓴다고 무조건 시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만요.”
장= “시집은 진짜 잘 안 읽는 것 같아요.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는 슬슬 넘겨본 기억이 나고요, 김용택 선생님이 쓰신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그 책은 한동안 필사하며 읽었어요. 읽으면서 쓰니까 재밌더라고요. 스무 편쯤 썼던 기억이 나는데 어떤 시들이었는지 말씀드리려니 하나도 생각이 안 나네요. 정말 기억력이……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가.”
김= “술 좋아하세요?”
장= “고등학교 때부터 마셨거든요. 되게 좋아해요. 대학 가서 동아리 활동을 비교적 열심히 했었는데요, 돌이켜보면 술 마시고 책 읽고 토론하고 그런 데 재미를 느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김= “서울대 사회학과 00학번인데 특별히 사회학과에 진학한 계기라도 있었는지요.”
장= “고2인가 고3 때인가 사회문화라는 과목을 학교에서 배우는데 문득 세상이 잘못되었다 싶은 거예요. 뭔가 바뀌어야 할 것 같고 그렇다면 바뀌는 데 어떤 기여를 해야 하지 않나 싶으면서 그래도 나는 공부를 좀 하는 편이니 사회학자가 되면 뭐라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진짜 뭘 잘 몰라서 했던 생각 같고요, 사실 지금도 사회학자가 뭘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진짜 가고 싶었던 건 음대였는데 부모님이 다 좋은데 음악은 아무래도 천재들이 하는 영역 같다, 너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천재까지는 아닌 것 같다, 말씀하셨는데 그 말에 제가 수긍이 되더라고요.”
김=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생이었군요.”
장= “일단 부모님들이 공부를 잘하셨어요. 교육열은 굉장히 높으셨는데 강제로 시키는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방임도 아닌, 스무 살 이전까지는 뭐랄까, 공부를 잘해야 하고 착해야 하고 그런 식의 규율을 스스로에게 퍽 많이 씌웠던 것 같아요.”
김= “그나저나 음대 진학은 어떻게 꿈꾸게 된 건가요?”
장=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가요를 되게 좋아했어요. 특히 ‘소방차’를 가장 좋아했고요. 현철 주현미 김범룡 박남정 등등 하여간에 실시간으로 유행하는 가요라면 무조건이었어요.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은 완전 세계 최고다, 하면서 팬을 자처하다가 중학교로 넘어가면서 패닉에 빠졌지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이런저런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록 음악을 듣기 시작했는데요, 너바나나 메탈리카를 찾아 듣기 시작한 무렵이 이때부터죠.”
김= “악기는 어떤 거요?”
장= “통기타를 가장 먼저 배웠어요. 제가 드럼으로 밴드를 시작했는데요, 고등학교 때 세 살 많은 교회 형들이 돈을 모아 드럼을 샀더라고요. 그때 실물로 처음 드럼을 보고 교본을 사서 혼자 연습을 하고 대학 가서 ‘눈뜨고 코베인’이라는 밴드에 들어가게 된 건데요, 어떻게 보면 지금 좋아하는 음악 취향이 그때 다 이뤄진 것 같아요.”
김= “교본도 사실 책이잖아요.”
장= “악기라는 게 교본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훗날 알았죠. 소리를 낸다는 게 종이가 가르치는 대로 한다고 해서 될 게 아니더라고요. 잘하는 그 ‘사람’을 봐야 하는 거더라고요. 그 사람 옆에서 그 소리를 듣고 그 자세를 배워야 그 악기를 배운다고 말할 수 있는 거더라고요.”
김= “어쨌든 사회학자의 꿈을 안고 대학에 진학을 한 거잖아요.”
장= “입학해서 딱 한 학기 다니고 알았어요. 전 학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요. 제 동기 중에 김선민이라고 박사 따고 지금도 계속 공부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하루는 그 친구 자취방에 가게 된 거예요. 책이 엄청 많더라고요. 기형도 시집부터 해서 온갖 종류의 책이 다 있는 거예요. 그 많은 책들을 이미 고등학교 때 다 읽었다는 거예요. 난 입시용 인간으로 살았는데 얘는 뭔가 다르구나, 학자는 이런 애들이 하는 거구나, 고로 내 길은 아니구나, 확실히 알았던 것 같아요.”
김= “그래도 캠퍼스의 추억이랄 게 있기는 할 거 아니에요.”
장= “대학교 2학년 때까지는 과 활동에 재미를 느껴서 열심히 따라다녔어요. 이미 운동권 문화가 죽었을 땐데 유독 사회학과에는 그게 좀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전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를 반대로 연결할 만큼 무식한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내가 몰랐던, 내게는 신문화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새로운 기조들을 접하니까 반갑고도 재밌더라고요.”
김= “그 타이밍에 손에 잡힌 책들이 분명 있겠네요.”
장= “운동권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쓴 마르크스의 사상’이 생각나요. 유행했던 학자는 아마 그람시였을 거예요. 창비 같은 계간지 발췌해서 토론하며 읽기도 했고요. 기억나는 강의가 딱 둘 있는데 ‘불교철학’과 ‘현대철학사조’였어요. 그때 지젝과 라캉을 알게 되었고 거슬러 올라가니 프로이트가 딱 나와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 강의’는 군대에서 읽었어요. 제가 직접 사서 갖고 들어갔는데요,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책인데 군대여서 가능한 읽기였던 것 같아요.”
김= “불교철학에도 일찌감치 관심이 있었군요.”
장= “‘철학과 굴뚝청소부’라는 책으로 유명했던 이진경 선생님 있잖아요. 이분한테 관심이 있어가지고 새롭게 내신 ‘불교를 철학하다’라는 책도 얼마 전에 읽었어요. 내가 모르는 공백기에 이분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불교 공부를 따로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제 성향과 좀 맞는 데가 있는 듯도 해서요. 제가 읽고 있는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요, 인생에서 쓸데없는 것을 버린다, 라고 했을 때 이 쓸데없는 것이 왜 사람마다 다를 거잖아요. 내 인생에서 진짜 필요한 것과 정말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 그 개념을 본받고 싶다는 데 요즘 많은 생각이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김= “음악 얘기로 살짝 넘어가보면요, 제가 음악을 잘 모르긴 하지만요, ‘별일 없이 산다’라는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어라 이거 뭐지 했던 기억은 또렷하거든요. ‘멱살 한번 잡히십시다’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 등등 노래 제목도 그렇거니와 노랫말이 귀에 쏙쏙 들렸단 말입니다.”
장= “저는 자연스러움을 가장 중시하는 것 같아요. 자연스러움이라는 데에 참으로 부자연스러우리만큼 집착해온 게 저 같아요. 단순했어요. 내가 가장 재밌게 하는 걸 하자, 그게 다였으니까요. 노랫말을 쓴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쓰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요. 제 노랫말은 말과 가깝거든요. 한국말을 좀더 ‘한국말스럽게’ 맛깔날 정도로 ‘자연스럽게’ 쓰고 싶다, 저는 거기서부터 시작한 것 같아요.”
김= “어쨌든 누군가의 영향은 있었을 거잖아요.”
장= “눈뜨고 코베인에서 활동을 할 때 산울림을 집중해서 들었어요. 원래는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같은 노래 몇 곡 아는 게 전부였는데 형들이 하여간에 바이블이라는 거예요.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산울림이라든지 송골매라든지 그 시절의 노래들이 요즘과는 다르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한국말을 정말 한국말답게 구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멋있게 여겨졌어요. 한국말 작사의 정답이라는 걸 선배들이 다 만들어놨는데 내가 헛물을 켜고 있는 건 아닌가, 깊은 절망까지 경험한 적 있으니까요. 어쨌든 저는 정답이 있으니까 갖다 쓴 거예요. 제가 실제로 느끼는 걸 정직하게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제가 아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한 거지요. 제 평소 말투와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요. 어쨌든 제 내용에 제 말투에 제 바이블이 가미되었다, 이 정도면 정리가 되겠지요?”
김= “똑소리 나는 정리네요. 그와 더불어 노래 제목은요? 보통 어떻게 짓나요?”
장= “가사를 다 쓰고, 그 중에 주제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단어랄까 구절을 찾죠. 한두 단어를 갖다 놨을 때 뭔가 저들끼리 제 발로 잘 서는 것, 그런 느낌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김= “저들끼리 제 발로 잘 선다? 양이 막 새끼를 낳았을 때 낳자마자 몇 번 비틀대는가 싶다가 바로 탁 서는 새끼양의 그런 느낌에 가까울까요?”
장= “그렇죠, 그렇죠. ‘싸구려 커피’도 원래는 흐린 날의 풍경을 쓴 거라서 처음에 지은 제목이 ‘덜 갠 날’이었어요. 그런데 제 발로 못 서는 거예요.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하고 노래가 시작되는데 이 노래 안에 담배꽁초, 콜라 캔, 바퀴벌레, 비닐장판 같은 사물들이 많이 나와서 걔네들을 또 막 세워봤거든요. 근데 못 서는 거예요. 첫머리이기도 하고 우연이지만 싸구려 커피를 던져놓으니까 그게 또 딱 서요.”
김= “시 제목으로는 ‘덜 갠 날’ 참 좋은데, 언제 제가 시로 쓰게 되면 제목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따로 다 받침이 있어서, 그 단호함과 단단함이 좋아서요. 만약 완성하게 되면 출처를 꼭 밝힐게요.”
장= “그게 제목이 될까요? 된다면요, 뭐. 근데 시라면 될 것도 같은데요.”
김= “혹시 국어사전을 애용하시는 편인가요?”
장= “제가 보니까요, 띄어쓰기에 약간 신경을 쓰는 인간이더라고요. 특히 합성어에 헷갈릴 때가 많은 거예요. 기억에 남는 단어가 ‘해장하다’인데 검색해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았죠. 전날의 술기운을 풀다, 또는 그렇게 하기 위하여 해장국 따위와 함께 술을 조금 마시다, 라고 쓰여 있었는데 순간 막 뿌듯한 거예요. 해장하다에 술을 조금 마시는 게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짐작하던 대목이었거든요. 저 국립국어원에서 나온 표준국어대사전 어플도 샀어요. 얼마 안 하던데요.”
김= “세상에나! 사전 사는 젊은이라니, 뭔가 선물 같은 이야기인데요.”
장= “얘기하다 보니까 저는 또 책 선물을 많이 받았다는 걸 깨닫네요. 책 사야지, 생각하기도 전에 책이 선물로 와요. 저에 대한 정보는 알려져 있으니까 취향에 맞게 보내주시곤 하더라고요.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는데요, 요즘 들어서 책을 좀 편하게 대하게 된 것도 사실이에요. 책을 빨리 못 읽는데다 두어 장 읽으면 딴 생각이 난다는 게 책에 대한 제 콤플렉스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그런 나 자신을 긍정하게도 되었어요. 오래도록 못 읽고 있는 얇은 책이 탁자에 놓여 있어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었어요. 책인데 아무렴 어때, 세상 뒤집어질 일도 아닌데 싶으니까 오히려 독서에 대한 즐거움이 열리더라고요. 참 제가 직접 구입한 책이 있기는 있네요. ‘두드리지 마라 문은 열려있다 두드리려고 하는 마음이 문을 만든다’라는 책인데요, 오쇼 라즈니쉬가 바라본 노자를 말하는 강의록이에요.
김= “제목부터 뭔가 성찰하지 않으면 혼난다, 그런 기운이 확 뻗쳐오는데요. 얘기를 듣다 보니까 나 자신을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주는 그런 에세이들에 특히 잘 꽂히는 것 같아요.”
장= “아 그런가요? 아 그런가 봐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달리기를 시작했거든요. 일주일에 두세 번 한강 나가 뛰어요.”
김= “어쨌거나 슬럼프 얘기를 안 할 수는 없겠죠. 데뷔 10년 정도 되었다면 더더욱 말이지요.”
장= “애초에 제 머릿속에는 음악으로 먹고 사는 옵션이 없었어요. 나라는 사람의 음악 취향은 대중성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나는 진심으로 음악을 하고 싶다, 그럼 어떻게? 다른 데서 돈을 벌어서 하는 거다, 일찌감치 정해놨던 거거든요. 제게 음악이라는 건 시작부터 100% 재미였어요. 내가 충만해지는 그것이었어요. 기분 나쁠 때는 기분 나쁜 감정을 노래로 만들어 내 기분을 살리는, 그게 음악이었어요. 그런데 전혀 상상도 못한 히트가 나와가지고 전적으로 직업이 된 거잖아요. 좋죠. 음악만 할 수 있으니까 먹고 살 궁리 안 해도 되니까 너무 좋은데 이게 또 몇 년 지나니까 견물생심이라고, 슬슬 다른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몰랐는데 어느새 이 필드에서 제가 레이스를 하고 있더라고요. 몰랐는데 다른 경쟁자들과 함께 뛰고 있더라고요. 한창 괴로움 같은 것도 앓았는데 5집을 준비하고 있는 요즘 보면 아주 미약하게나마 음악인으로서 괴로움을 최소화하고 즐거움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안 것도 같아요. 제가 읽고 있는 책들이 도움을 주고 있다? 그게 좀 확실한 것 같아요. 게다가 책은 입이 아주 무거운 친구잖아요.”
김= “결국 안 물어볼 수가 없게 되었네요. 아 안 할라고 했는데……(웃음) 장기하에게 책이란?”
장= “저도 제가 이렇게 책과 관련이 있는 사람인 줄 몰랐거든요. 얘기 나누다가 알게 된 건데요, 음, 그러니까 책은 생각보다 나와 친한 친구? 오늘 보니 꽤 가깝네요.”
김= “헤어지는 마당이니까요, 진짜 몰라서 그러는데 왜 장기하와 얼굴들인가요?”
장= “하하하. 일단은 노래를 다 제가 만드니까 반드시 장기하는 들어가야 한다, 그 조건이 1번이었고요, 두 번째는 제가 신중현 선생님 음악을 엄청 좋아하는데 특히 ‘신중현과 엽전들’ 그 앨범을 좋아해요. 그래서 장기하와 뭐뭐들, 이렇게 지어야지 정해놓고 시작했는데 불현듯 얼굴들이라는 말이 떠오른 거예요. 몸통 없이 얼굴만 둥둥 떠다니는 장면이 귀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묘한, 그러면서 이거다 싶은 느낌을 받은 거죠. 또 한 가지는 제가 토킹 헤즈라는 1974년에 결성된 미국 밴드를 좋아하는데 그네들이 머리들이니까요, 나는 얼굴들이라고 하면서 오마쥬의 성격도 가미를 한 거죠. 후보요? 음, 장기하와 감자탕, 그건 제가 감자탕을 좋아해서요. 장기하와 북청사자들, 장기하의 야망, 장기하들…… 그렇다니까요, 맞죠? 그렇죠? 얼굴들 말고는 저들끼리 못 선다니까요(웃음).
김민정 시인ㆍ출판사 난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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