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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정상 약속 어기면 심판…”
文 ‘싱가포르 렉처’ 발언 트집
“쓸데없는 훈시질” 거칠게 공격
#2
北, 대남ㆍ대미 성과에 조바심
‘행동 보여라’ 불만 표출한 듯
청와대선 “말할 게 없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했다. 협상 교착 관련 북미 양비론으로 해석 가능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최근 ‘싱가포르 렉처’ 발언에 트집을 부리면서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초기 체제안전 보장 조치 성격의 종전(終戰)선언이 미뤄지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속도가 붙지 않자, 남측을 상대로 분풀이하며 대미 설득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주제 넘는 허욕과 편견에 사로잡히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갑자기 재판관이 된 듯이 조미(북미) 공동성명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 누구가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감히 입을 놀려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렉처’ 발언을 겨냥해 공격한 것이다. 신문은 “주제 넘는 예상까지 해가며 늘어놓는 무례 무도한 궤설에 누가 귓등이라도 돌려대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쓸데없는 훈시질”이란 원색적 표현도 동원했다.
더불어 신문은 “남조선 당국은 우리와의 대화탁에 마주앉아 말로는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떠들고 있지만,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북남 사이에 해결하여야 할 중대 문제들이 말꼭지(말의 첫 마디)만 떼놓은 채 무기한 표류되고 있다”고 남측을 힐난했다.
이날 노동신문 논평 내용은 북한이 4ㆍ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 비난을 자제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강도가 높다. 다만 개인 논평이라는 형식과 간접 거명으로 논평 자체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다.
이렇게 돌연한 북한의 반응에는 두세 달 내에 대남ㆍ대미 협상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바심이 묻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며 종전선언도 먼저 제안해놓고서는 왜 발언에 걸맞은 적극적 행동을 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표출된 듯하다”며 “(정권 수립 70주년인) 9월 9일까지, 늦어도 (노동당 창건 73주년인) 10월 10일까지 가시적 결과물을 얻으려면 북한 입장에서 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북한은 최근 열린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대북 제재 탓에 경제협력 등 실질적 남북관계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불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응하지 않았다. 청와대ㆍ통일부 모두 이날 대변인 브리핑에서 “말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의용 靑 안보실장 극비 방미
한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미 워싱턴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북미 정상회담 논의를 위해 올 5월 워싱턴을 찾은 지 약 3개월 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논의를 진전시키려는 취지”라고 방미 배경을 설명했다. 종전선언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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