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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 숙소서 발견된 한국인 시신 ‘미스터리’

입력
2018.07.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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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 주 : ‘일본 미제사건 갤러리’는 일본의 유명 미제 사건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 A(당시 53세)씨는 일본 한 경제전문지의 한국지부장이었다. 한국에서 지내며 일본 기자에게 한국기업 관련 정보를 전달하거나, 기자의 취재를 보조했다. 오랜 일본 생활 경험이 있는 A씨는 이른바 ‘일본통’이었다. 적어도 일본 안에서라면 어디에서도 자기 집에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2014년 12월 26일. A씨는 여행 목적으로 부산에서 배를 타고 2박 3일 일정으로 쓰시마(対馬)섬을 찾았다. 경북에 사는 친구 등 지인 5명과 함께였다. 숙소 인근 음식점에서 시작된 술자리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자정 무렵, A씨가 “지인과 약속이 잡혔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얼굴은 불콰했다. 다른 나라에서, 그것도 야밤에 혼자 길을 나선다면 누구든 말릴 법한 상황. 하지만 일본을 워낙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큰 만류는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 그 다음 날에도 A씨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현지 경찰에 실종신고를 냈다. A씨가 발견된 건 나흘 뒤인 12월 30일, 숙소에서 약 500m 떨어진 쓰시마 이즈하라(厳原) 분청의 해상자위대 기숙사에서였다.

 한국인이 왜 자위대 기숙사에 

일본 군대(軍隊)는 표면적으로 군대의 형태를 갖지만, 가장 중요한 교전권이 없다. ‘군대이면서, 군대 아닌, 군대 같은’ 조직이다. 이름도 그래서 자위대(自衛隊)이다. 자위대가 이런 성격을 갖게 된 건 과거 역사 때문이다. 20세기 초, 중반 전범국가로 악명을 떨치면서 2차 대전 패전 이후 법으로 군대를 가질 수 없게 막은 것. 그러나 현재의 자위대는 사실상 군대의 기능을 수행 중이다. 자위대는 육상, 해상, 항공자위대로 나뉜다.

쓰시마섬엔 3개의 해상자위대 분청이 있다. A씨 시신이 발견된 이즈하라 분청은 섬 남쪽에 있다. 현지 경찰은 그가 욕실 창문을 통해 기숙사에 침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세면장은 울타리가 없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잠입이 가능했다.

문제는 동기였다. 왜 하필 자위대 기숙사였을까? 허락 없이 들어갔다간 자칫 외교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A씨가 건물이 자위대 기숙사인줄 몰랐을 가능성도 낮았다. 숙소 정문엔 자위대 건물임을 알리는 큼지막한 알림판이 세워져 있었다. 숙소 주변엔 울타리가 둘러져 있고, 관리인이 24시간 감시한다. 실수로 들어갔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았다.

혹시 무기 탈취가 목적이었을까? 허무맹랑하지만 배제할 수 없는 가능성이었다. 자위대 ‘기숙사’지만 엄연히 군사시설이기 때문. 그러나 기숙사엔 무기고가 없었다. 경찰은 A씨의 시신 상태에 주목했다. 시신은 모든 사건의 최후의 목격자이자, 가장 유력한 증거였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몇 가지 사실을 파악했다.

 집단 구타에 의한 범죄? 

부검 결과, A씨의 정수리 근처와 머리 뒤편(후두부), 귀에서 크고 작은 상처가 발견됐다. 사인은 외상성 상해. 외부로부터 생긴 상처가 사망 원인이란 의미였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A씨가 숙소 인근 하천에서 넘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A씨의 휴대폰과 외투가 발견된 곳을 토대로 동선을 역추적했다.

경찰 조사와 부검 결과에 따른 A씨의 당일 행적은 이랬다. 술자리 중 지인의 연락을 받고 나간 그는 숙소에서 10분 가량 떨어진 자위대 기숙사 인근을 지나다 하천에서 다리를 헛디뎌 넘어졌다. 머리 피부가 찢어지고, 갈비뼈가 부러질 만큼 큰 상처를 입은 그는 쉴 곳을 찾았고, 마침 자위대 기숙사가 눈에 띄었다. 욕실 창문을 통해 기숙사로 잠입한 그는 이불을 깔고 누웠다. 상처로 인한 고통이 심했지만, 밀려드는 취기와 졸음 때문에 A씨는 바닥에 누웠고, 얼마 안 가 숨을 거뒀다.

물론 유족은 이를 납득하지 못했다. “자위대 시설은 혼자 침입이 불가능한 구조”라며 타살 가능성을 주장했다. 특히 머리에 난 상처와 시신 발견 당시 상황을 주목했다. 옷을 모두 벗은 상태에서 이불을 덮고 죽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갈비뼈와 머리 상처 등 종합적 상황을 고려하면 집단 구타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것. 즉 어디선가 살해된 뒤 기숙사로 옮겨졌다는 주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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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찰에 추가 수사 의뢰했지만 

A씨가 방문할 당시 쓰시마섬에선 ‘혐한(嫌韓)’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다. 그 무렵 섬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 때문이었다.

2014년 11월 한국인 4명이 쓰시마섬의 한 사찰에서 통일신라 불상을 훔쳤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2년 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때도 범인이 한국인이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한국인을 향해 공공연히 적대감을 나타냈고, “한국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가게까지 하나 둘 생겨났다. A씨 죽음에 혐한 세력이 관계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고개를 들었지만, 문제는 물증이 없었다.

유족은 “일본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며 2015년 2월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에 수사를 공식 의뢰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일본 경찰의 협조 문제 때문.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외사 사건은 현지 경찰이 추가로 타살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알려주지 않는 이상 사건을 더 진행할 수 없다”며 “현재는 (사건을) 임시 종결했다”고 말했다. 일본 경찰도 A씨의 죽음을 사고사로 판단하고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한 상태로 알려졌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송영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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