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기념관 강제 견학에
회장이 VVIP실 사적 사용” 주장
병원 측 “자발적 참여ㆍ사적 이용 없어”
가천대 길병원 직원들이 병원 설립자인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 생일에 맞춰 축하 동영상을 찍는 것을 강요 받는 등 이른바 ‘직장 갑질’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가천대길병원지부는 직장 갑질과 관련한 직원들 증언과 동영상, 사진 등을 수집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길병원지부는 이 회장 생일에 맞춰 부서별로 축하 동영상을 찍고 사택 관리와 사택에서 열리는 행사에 동원됐다는 직원들 증언과 동영상, 사진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길병원지부는 “병원 측이 직원들 역량강화교육을 한다며 이 회장 기념관 견학을 강제하고 이 회장이 집무실과 별도로 길병원 VVIP 병실을 전용으로 사용하면서 물리치료, 피부관리 등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밝혔다.
이 회장 생일 축하 공연에는 길병원 직원뿐 아니라 이 회장이 총장으로 있는 가천대 교직원도 일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수진 지부장은 “사택에서 열린 행사에는 팀장이나 수간호사 이상 간부들이 주로 참석했고 생일 축하 동영상 촬영에는 말단 직원들도 동원됐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직원들에게 공짜 노동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출근 시간만 기록하고 퇴근 시간을 기록하지 않는 출퇴근 관리 관행이 있고 연차를 쓰고도 근무를 하거나 휴일 근무에도 시간외근로 보상을 받지 못한 직원도 있었다는 것이다.
길병원 관계자는 “몇 년 전 일부 직원들이 먼저 슬하에 자녀가 없는 회장님을 위해 생일 파티를 해드리자고 제안했고 그 기획 하나로 축하 동영상이 제작됐다”라며 “역량강화교육에 참여한 직원들이 견학한 곳은 개인 기념관이 아닌 길병원 뿌리인 이길여 산부인과 기념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무실 리모델링 공사 전후로 회장님이 잠시 VVIP병실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쓰지 않고 있다”라며 “출퇴근 관리 등은 다른 병원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별노조인 길병원지부는 지난 20일 설립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강 지부장도 이날 선출됐다. 길병원에는 산별노조가 아닌 기업 단위로 결성된 기업노조가 있으며 이 노조에는 약 600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