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판매 1위 제품도 마찬가지
일본서 산업용으로 쓰는 산분해간장
양조간장 1%만 섞어도 ‘혼합간장’
유해물질 함량 등 표시 안 해
#고추장ㆍ된장도 혼란스러운 말장난
중국산 고춧가루 섞어 쓴 제품도
‘태양초 100%’ 등 과장된 표기
된장은 주원료 대부분 외국산인데
국산인 것처럼 영문 표기하기도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팔리는 간장인 샘표식품의 ‘샘표진간장-S’는 양조간장 7%, 산분해간장 93%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이 간장은 ‘혼합간장’으로 표시돼 판매되고 있다. 현행 표시제에 따르면 산분해간장이 99%라도 양조간장이 1%라도 포함되면 혼합간장이라는 명칭을 라벨에 표기할 수 있어서다. 사실상 저품질의 산분해간장임에도 대다수가 혼합간장으로 인식해 사 먹고 있는 셈이다.
산분해간장은 탈지 대두를 식용 염산으로 분해시킨 다음 생성된 액체를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로 중화해 만들어지는데, 생산과정에서 염소화합물 3-MCPD(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를 비롯한 유해 물질이 나온다. 이런 유해성 때문에 일본은 산분해간장을 주로 공장에서 쓰지만, 우리나라는 소량의 양조간장을 섞어 혼합간장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판매 상위 10위권의 9개 간장이 알레르기 표기도 없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시민회의)가 간장제품 매출 상위 10개 제품(2017년 기준ㆍ식품산업통계정보)의 표시제 실태를 조사해 2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위 ‘샘표진간장 금F3’(산분해간장 70%ㆍ양조간장 30%), 5위 ‘샘표진간장-S’, 10위 ‘마산명산몽고간장진’(산분해간장 83%ㆍ양조간장 17%) 등 3개 제품이 이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조사를 진행한 박승남 장안대 교수(소비자주권위원회 식품안전위원회 위원장)는 “혼합간장에 혼합비율에 대한 기준점이 없어 사실상 산분해간장임에도 혼합간장이라고 이름만 바꿔 소비자를 현혹하는 형태로까지 이르렀다”며 “화학간장인 산분해간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자 혼합간장이라는 이름으로 세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혼합간장, 산분해간장 등에 들어가는 각종 첨가제, 방부제의 하나인 합성보존료 등 유해 물질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는지 알려 주지 않는다. 3-MCPD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RAC)가 발암 가능성을 고려하는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한 물질로 극소량이라도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산분해간장에는 화학조미료인 L-글루탐산나트륨이 들어가고 활성탄인 탈취제는 물론 강한 짠맛을 없애기 위한 액상과당, 효소처리스테비아, 합성조미료, 감초추출물 등 수많은 화학 성분이 쓰이지만 함량 표시는 없다.
조사대상 중 1개(청정원 햇살담은 양조진간장)를 뺀 9개 제품이 법에 규정된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알려 주는 표기도 일부러 빠뜨렸다는 게 시민회의 측 비판이다.
실제로는 혼합간장인데도 5년 이상 숙성된 전통 한식 간장인 진간장이라는 이름을 버젓이 씀으로 인해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제품도 있다. 박 교수는 “간장은 가공방식과 원료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성격이 크게 달라지는데 제품 용어, 명칭이 서로 뒤엉켜 쓰이고 있어 회사 명칭인지, 간장이름인지, 식품유형인지 혼란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표시제의 혼란스러움은 간장만의 일이 아니다. 간장과 함께 한식에 기본으로 쓰이는 고추장, 된장도 마찬가지다.
국산 2% 고춧가루를 태양초 11.3%로 표기
시민회의가 지난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고추장 8개 제품(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을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상 ‘청정원 태양초고추장’의 경우 고추장의 주원료인 고춧가루 함량이 중국산 9.3%, 국산 2%임에도 제품에는 ‘태양초 11.3%’라고만 표시돼 있어, 소비자들이 마치 국산 태양초가 11.3% 함유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게 했다. 이는 태양초라는 이름을 쓰는 CJ ‘해찬들 태양초골드고추장’ 사조해표 ‘순창궁태양초고추장’ 진미식품 ‘태양초고추장’에서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태양초 100% 골드’, ‘100% 태양초’, ‘태양초고추장의 원조’라는 표현을 쓰면서 구체적 근거는 없이 무엇이 100%인지, 무엇이 원조인지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깨알 같은 글씨로 ‘국내햅쌀 20.7%’로 표기해 놓고 제품 앞에는 큰 글씨로 ‘100% 국내산 햅쌀’로 과장하며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고춧가루를 포함해 여러 재료를 사용한 ‘복합원재료’를 표시하게 돼 있는데, 조사 결과 ‘고추양념’ ‘고추장’ ‘혼합양념’ 등으로 제각각 다르게 표기해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것도 문제다. 시민회의 측은 “정작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중국산 고춧가루 함유량 및 함유 여부”라며 “당국이 나서서 중국산 복합원재료의 존재와 그 함량을 정확하게 표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회의 측이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된장 8개 제품(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을 조사한 결과, ‘40년 전통’ ‘진짜’ ‘대한민국 1등’ ‘순창비법’ 등 구체적 근거가 부족한 채로 소비자가 오인, 혼동할 수 있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었다.
CJ ‘해찬들 재래식된장’은 된장의 주원료가 되는 대두(콩)는 미국, 호주 등 외국산이 대부분인데, ‘KOREAN SOYBEAN PASTE’라며 마치 국산 된장인 것처럼 영문으로 표기를 했다.
아울러 식품위생법, 식품 등의 표시기준 고시 등에는 합성보존료(방부제)를 넣지 못하게 돼 있고, 이를 쓰지 않았을 경우 따로 표시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쓰거나(사조해표 ‘순창궁 재래식 된장’), 된장 원료의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는(CJ ‘다담된장찌개 양념’) 경우들도 지적됐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각종 장류의 재료와 영양 성분 등 정보 표시가 과장되고 꼼수인 경우가 많았다”며 “소비자들에게 제품 선택의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취지가 반대로 소비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기 때문에 알 권리 보호 차원에서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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