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 북한의 비핵화 시한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를 다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내부적으로는 2021년 1월에 끝나는 첫 임기를 목표 시한으로 잡고 빠른 비핵화 조치를 압박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인내하는 외교’(Patient Democracy)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헛되이 질질 끌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내하는 외교’는 북한과의 외교적 협상에 초점을 맞췄던 전임자인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시절 국무부가 대북 외교정책을 설명하면서 쓴 표현으로서 북한의 잦은 어깃장에도 불구하고 대화 국면은 지속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말까지 비핵화를 이루는 게 여전한 목표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며 “가능하다면 더 빨리”라고 말해 북한의 지연 전술에 마냥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6ㆍ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데 희망적”이라며 기대치를 드러냈다가 북한과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며 장기전 모드를 보였다. 트럼프 정부는 그러나 비핵화 성과에 대한 조급증을 드러내지는 않되,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선회해 비핵화 속도전을 다시 압박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특히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할 때까지 우리의 제재, 그리고 유엔의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며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북한이 모든 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비핵화 대상을 핵ㆍ 미사일 프로그램과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WMD로 못 박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 제거와 해체에 대한 미국의 비핵화 정의에 동의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과 복잡한 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공개석상에서 구체적 내용을 공유하지는 않겠다”면서도 “나는 북한이 우리의 비핵화 정의, 즉 핵탄두의 기반시설과 생화학 무기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정의를 이해한다고 매우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이에 동의했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들은 완전하게 비핵화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것은 분명히 모든 종류의 무기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핵 연료를 생산하고 있는 게 맞느냐’는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 핵 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며 북한이 여전히 핵 연료 생산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계속 추구하는지, 핵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 진전시키고 있는지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북한이 협상 국면에서 현상 유지 차원을 넘어 핵 능력 향상까지 추구하는지에 대한 공개적 판단은 보류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울러 혼용해서 사용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