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문제서 일정 성과 거두면
사회ㆍ경제 등 관계 정상화 병행”
정전협정 체결 65주년(27일)을 앞두고 이달 들어 북한이 한미를 상대로 집요하게 요구한 종전(終戰)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긴 터널의 입구에 해당한다. 장기적 견지에서 효율적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항구적 평화라는 출구에 도달하기란 요원한 일일 수 있다.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올 3월 학술지 ‘사회과학연구’에 기고한 논문 ‘한반도 평화 위한 실천 구상’에서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서는 세 가지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선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한반도화’, 평화체제 형성이 결국은 북미 사이의 문제이자 동북아 질서를 둘러싼 미중 사이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국제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남북기본합의서(1991년)가 평화ㆍ군사 문제와 통일ㆍ민족 문제를,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결과물인 9ㆍ19 공동성명(2005년)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형성을 각각 다루고 있는 만큼, 두 개의 논의가 서로에 대해 조건부로 진행되거나 상호 장애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아울러 군사 문제와 비(非)군사 문제가 병행돼야 한다. 경제ㆍ사회ㆍ문화 협력은 평화를 가져다 주는 출발점이고,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관계의 형성은 평화 실현의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길로 통한다. 따라서 군사 문제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경제ㆍ사회ㆍ문화 영역, 나아가 정치 영역에서의 관계 정상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제언했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 차원 접근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분단체제 하에서 형성된 지배 이데올로기(남한의 반공주의와 북한의 주체사상)의 극복은 개별 정권이나 국가 기구 차원에서 결코 실현될 수 없다”며 “시민 평화교육의 활성화와 시민사회 차원의 활발한 평화활동을 통해 평화문화의 확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ㆍ중ㆍ미가 당사자가 된 정전협정 기반의 정전체제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주문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평화체제의 구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무력화한 1953년 정전체제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 발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남북기본합의서가 정전 상태의 평화 상태로의 전환과 남북 불가침 등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평화협정은 북미 간에만 체결하게 하고 남북은 포괄적 기본협정을 맺으면 된다. 그러면 정전협정은 자동적으로 사문화할 것”이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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