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동지는 결코 죽었다고 생각 안 한다. 지금도 한 방울 이슬이 돼서 거대한 변혁의 물살에 앞장서서 굽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故) 노회찬 의원의 정치적 스승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고인의 영결식이 엄수된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이렇게 고인을 추모했다.
백 소장이 노 의원을 만난 건 1987년. 노 의원은 당시 대선에서 백 소장을 민중 진영의 독자 후보로 내세웠고, 5년 후 선거에서도 백 소장의 대통령 선거대책본부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백 소장은 “아주 총명하고, 자기 뜻을 관철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하고 남의 뜻하고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했던, 가능성을 한없이 지녔던 젊은이였다”고 노 의원을 회고했다.
백 소장은 노 의원이 “목숨을 빼앗겼다”고 반복해서 표현했다. 그는 “돈 많은 놈, 재벌들, 썩어 문드러진 보수 반동들은 몇천억을 먹어도 끄떡도 안 하는데, 그 사람이 도둑질을 했나, 사기를 쳤나. 이걸로 사람을 죽이다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각하면 보는 눈이 모자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 의원을 최근에도 만났다고 했다. 민중이 한반도 평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로 의기투합한 것이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백 소장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지금 노회찬 동지를 땅에 묻는다 그러는데, 진짜 묻어야 할 건 노회찬 동지의 시체가 아니다”라며 정치권을 향한 불만을 털어놨다. “자기 세력을 정치적으로 구해야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정치하는 게 아니야. 탐욕을 차려서 자기 욕심만 부리자는 거지. 뭐가 평화냐, 민중의 뜻을 수용하고 관철하는 것이 진짜 정치요. 사기들 치지 말라고 그러쇼.”
지난 23일 별세한 노 의원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청 앞에서 엄수됐다. 국회장 장의위원장인 문희상 국회의장의 영결사 후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 금속노동자 김호규씨가 조사를 낭독했다. 고인은 오후 1시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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