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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 한 번에 1억원 넘게 쓴 지사ㆍ시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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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 한 번에 1억원 넘게 쓴 지사ㆍ시장님

입력
2018.08.03 04:40
수정
2018.08.03 09:4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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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321회 출장 72억3716만원 지출 

 남경필 前경기지사 9억7715만원 

 박원순 서울시장은 5억3643만원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코노미석만 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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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마다 고무줄 사전심사 

 기준 느슨할수록 더 많은 비용 지출 

 경기ㆍ광주, 인원 10명 넘어야 심사 

 대전ㆍ충북은 모든 해외출장 대상 

 전문가 “의회 견제 기능 강화를” 

광역지방단체장 1회 최고액 출장=강준구 기자
광역지방단체장 1회 최고액 출장=강준구 기자

지난 6월 4년 임기(2014년 7월~2018년 6월)를 마친 17명의 전임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시장ㆍ도지사)들의 해외 출장 비용이 총 72억3,716만원(321회)에 이르며, 지자체별로 10배에 달하는 격차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는 임기 동안 45일에 한 번꼴(32회)로 해외 출장을 다녀 모두 9억7,715만원(동행 인원 포함)을 쓴 반면, 이시종 충북지사는 열한 차례의 해외 출장에 1억6,700여 만원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 남경필 전 지사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1회 출장에 1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하기도 했다.

지역별로 해외 출장 필요성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이를 감안해도 차이가 컸다. 공무 국외 여행 계획을 심사할 때 느슨한 기준을 정한 지자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단체장의 출장 비용 지출이 많았다. 이시종 충북지사의 경우, 항공편을 이용할 때 항상 이코노미석을 고집해 비용을 아끼는 등 단체장의 의지도 해외 출장 비용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가 2014년 7월 임기를 시작한 광역지자체장들이 임기 동안 해외 출장에 나선 내역을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남경필 전 경기지사, 서병수 전 부산시장(21회ㆍ6억4,707만원), 윤장현 전 광주시장(29회ㆍ6억3,979만원), 박원순 서울시장(17회ㆍ5억3,643만원) 순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가장 비용을 적게 쓴 지자체장은 이춘희 세종시장(5회ㆍ9,810만원), 이시종 충북지사(11회ㆍ1억6,785만원) 등이었다. 임기 중간에 물러난 홍준표 전 경남지사(~2017년 4월)는 1억3,405만원(7회), 이낙연 전 전남지사(~2017년 5월) 2억4,804만원(19회), 권선택 전 대전시장(~2017년 11월) 2억7,068만원(8회), 안희정 전 충남지사(~2018년 3월) 5억2,309만원(22회)이었다.

지자체별로 비용 차이가 큰 이유는 우선 해외출장 사전심사 제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해외출장에 많은 비용을 지출한 지자체는 사전 심사대상이 제한적이었다. 단체장의 해외 출장 비용을 가장 많이 지출한 경기도 관계자는 “보름 이상 공무 국외 여행을 가거나 10명 초과되는 인원이 공무 국외 여행을 가는 경우, 그리고 외부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서 가는 경우에만 심사위원회를 가동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도 “2016년 조례를 제정해, 3명 이상의 벤치마킹 목적 해외 출장에 대해서만 외부위원이 포함된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하고, 그 외 투자유치 등과 같은 업무목적 해외 출장은 인사과에서 허가를 내서 간다”고 전했다. 광주시도 벤치마킹 국외연수 성격이나 10명 이상 출장 등에 대해서만 사전 심사를 한다고 전했다.

반면, 비용을 적게 쓴 곳은 모든 해외 출장에 대해 사전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공무 국외 여행 심의위원회에서 모든 해외 출장을 심사한다”라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어떤 목적으로 갈지,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누구누구 가는 게 적합한지 모두 심사위원회에서 따져 묻는다”고 설명했다. 권선택 전 시장이 지난해 11월 중도 하차한 것을 감안해도 대전시는 단체장 출장횟수(8회)가 적은 편이다.

해외 출장이 잦다고 해서 꼭 비용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4년간 총 36회로 해외 출장이 가장 많았으나 액수는 5억1,347만원으로 경기지사의 절반 정도였고, 원희룡 제주지사도 34회의 해외 출장에서 3억8,502만원을 쓰는 데 그쳤다. 강원도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홍보를 위해 관련 출장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항상 이코노미석만 타는 지자체장도 

공무원 여비 규정과 기획재정부 예산집행 지침 등에 따르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장관급)까지는 항공편 일등석(퍼스트클래스)을 탈 수 있다. 지자체는 이 규정을 준용해, 단체장이 일등석을 탈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있고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도록 한 곳도 있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는 항공권을 1등석(일등석+비즈니스석)과 2등석(이코노미)으로 구별하는데, 이 중 진짜 일등석은 국가공무원에서 국무위원급 이상으로 보는 만큼 지자체장은 비즈니스석 정도가 적당하다고 나름대로 정한 지자체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비즈니스석 이상을 탈 수 있는데도 스스로 이코노미석만 타는 광역단체장도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4년간의 지난 임기 동안 열한 번의 해외 출장에서 모두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지사님이 가능하면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하신다”며 “장거리 출장의 경우 불편한데도, 이코노미로 하라고 하신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 10시간 이상 비행해야 하는 출장에도 실제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비즈니스석을 타는 경우가 있더라도 되도록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지자체장도 있었다. 광주시 관계자는 “윤장현 전 시장은 거의 이코노미를 탔고, 비즈니스는 급하게 돌아와야 하거나 좌석 잡기 힘들 때만 몇 번 이용했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지사도 이코노미석 이용비율이 높다. 강원도 관계자는 “10시간 이상 장시간 여행일 때는 비즈니스, 보통은 이코노미를 타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아예 비즈니스석을 타는 기준에 대한 자체 지침을 만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의 경우, 비행시간이 5시간 미만일 때는 이코노미를 타고 그 외에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모두 일등석만 탄 지자체장은 없었고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여덟 번의 출장 중 네 차례 일등석, 세 차례 비즈니스석, 한 차례 일등석ㆍ비즈니스를 혼합해 이용했다. 김관용 전 경북지사는 열여섯 번 출장 중 일등석은 세 번 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항상 비즈니스석을 이용했고 남경필 전 경기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비즈니스석을 더 많이 이용했지만, 일부 이코노미가 섞여 있었다

 

광역단체장 17명 지난 임기 해외출장 비용=강준구 기자
광역단체장 17명 지난 임기 해외출장 비용=강준구 기자

 ‘시찰’ ‘탐방’ ‘방문’이라는 이름의 일정 

하이델베르크 고성견학, 대만 야시장 시찰, 와이키키 방문…. 광역지자체장의 해외 출장 일정에 포함된 목록들이다. 광역지자체장의 해외 출장 일정들은 투자유치, 지역 생산품 수출 촉진, 국제회의 참석, 자매결연 지역 방문, 업무협약 체결, 국제대회 홍보 등의 목적을 내걸고 있지만, 중간중간 외유성 일정도 상당히 눈에 띄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2015년 1월 24~26일 4명의 수행원과 ‘일본지역제주도민회 신년인사회’ 참석을 위해 도쿄를 방문했다. 출장 보고서에는 24일 신년회 및 성인식에 참가한 것으로 돼 있고, 25일은 ‘오사카 현지시설 방문’으로 적혀 있다. 관광 성격이 짙어 보이는 ‘현지시설 방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김관용 전 경북지사도 2015년 1월 24~25일 일본도민회 신년회에 참석했으나, 경북지사는 중간에 하루 ‘현지시설 방문’ 일정이 없었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도 2016년 11월 5~11일 ‘해외 대학 강의 및 우호도시 방문’이라는 모호한 주제로 영국, 독일을 방문했지만 자세한 일정은 나와 있지 않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이 8명을 대동하고 떠난 ‘제68회 삿포로 눈축제참가 및 2017APCS대전개최 참가 홍보 공무국외출장’ (2017년 2월 8~12일) 항목에는 ‘삿포로시내 주요시설 시찰’ ‘도야호수, 사이로 전망대 시찰’ ‘노보리베츠 지옥계곡 탐방’ 등이 있다. 또 10명을 이끌고 간 ‘동남아 우호협력도시 업무추진 공무국외출장’(2017년 6월 11~20일) 항목에도 관광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호찌민시 시찰’ ‘타이베이 시찰’ ‘가오슝시 및 야시장 시찰’ 등의 항목이 등장한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도 ‘대양주 해외시장 개척 및 해양ㆍ문화ㆍ에너지 산업 교류 증진’(2017년 3월28일~4월4일)을 위한 공무 국외 여행에 영화 ‘반지의 제왕’ 세트장 방문 일정 등이 끼어 있다. 유정복 전 인천시장의 ‘아랍에미리트 거점도시 투자유치를 위한 두바이 방문’ 일정에도 ‘페라리 월드 현지시찰’ 이 들어가 있다. 또 ‘투자유치 및 국제협력 증진을 위한 미국 방문’(2016년 3월 14~20일)에는 하와이의 진주만, 칼라카우아 쇼핑몰, 와이키키 방문 등의 일정이 있다.

송하진 전북지사 또한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활동’(2015년 7월 2~7일)을 위한 독일 출장에 ‘로렐라이 언덕, 로렐라이 바위 등 탐방’ ‘하이델베르크 고성 견학’ 등의 일정이 있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 일정은 아마 세계유산 등재 활동과 관계됐기 때문에 들어간 것 같다”며 “지사님은 항상 바쁘기 때문에 해외 출장 시에도 꼭 필요한 일정만 정하며 관광지는 가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그러나 “일요일 등 휴일이 끼어 있으면 외유성으로 볼 수 있는 일정이 들어가기도 한다”며 “벤치마킹 할 시설들을 보고 온다는 취지이기도 하지만, 2016년쯤 행정안전부에서 평일에는 반드시 공식적인 기관을 방문하라는 공문이 내려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석 공익재정연구소 소장은 “자치단체장은 출장 예산에 대한 통제를 받지 않고 의회에 양해만 구하면 되니까 마음대로 (일정을) 늘릴 수도 있다”며 “세부적인 규정이 하나도 없으며, 그러다 보니 어디로 돈이 샜는지 모르고 출장을 갔다가 외국에 나가 있는 자기 자녀를 만나고 오는 자치단체장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이어 “예산의 심의 의결을 담당하는 의회가 세부내역을 내놔봐라, 비용 줄일 방법은 더 없나, 시 재정적으로 어려운데 비즈니스석 타고 가는 건 문제 아니냐고 따져야 하는데 그런 권한 행사를 못 한다”며 “올해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의회와 자치단체장이 같은 당 소속인 경우가 더 많아졌으니 더욱 의회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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