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면세점 사업부인 ‘신세계디에프’는 중국에서는 ‘한지(韓際/韩际) 신세계면세점’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중국에 ‘신세계’라는 이름을 쓰는 회사가 이미 있어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신세계를 중국 회사로 오인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한지 면세점은 ‘한국에 있는 국제 규모 면세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중국에서 기존 신세계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이 불가능해 ‘한지’라는 글자를 덧붙였다”며 “중국 회사와 구별도 짓고,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자주 찾는 면세점 이라는 작명 효과를 얻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에서 ‘러톈’(樂天)면세점으로 불린다. 롯데가 중국 시장을 개척하면서부터 사용하고 있는 고유 브랜드로 롯데 계열사는 전부 롯데 대신 `러톈`을 쓰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러톈은 롯데라는 한국식 발음 원음에 가까우면서도 ‘낙천적’이라는 뜻이 담겨 있어 현지인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점은 일본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楽天)이 `러톈` 표기를 일본에 선점당하면서 중국에서는 별도 사명(乐酷天)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밖에 이마트는 쉽게 살 수 있다는 뜻의 이마이더(易买得) 코카콜라는 입이 즐거워진다는 뜻의 커커우커러(可口可樂)를 현지 이름으로 쓰고 있다.
주로 유통ㆍ식음료 업체들은 사명을 중국식으로 바꿔 부르고 있지만 삼성(三星), 현대(現代)처럼 제조 기술력이 필요한 전자기기나 자동차 제조사들은 원래 이름을 고수하는 경향이 강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발음뿐 아니라 뜻도 중요시 하는 게 중국인 정서라 주로 소비재를 파는 유통ㆍ식음료 업체들은 중국 현지 이름 작명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며 “이름을 잘 지었다고 매출이 무조건 느는 것은 아니지만 현지 작명에 실패하면 중국 시장에 정착하기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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