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댐과 직선 거리로 20km 떨어져
급류 못 피한 가축 사체 곳곳에
유령마을과 같은 음산함 감돌아
#2
구호물품 등 들어오는 길도 험난
위험천만 목교 10곳 건너야 도착
구조대 활동에 마을 활기 찾기도
“여럿 사망해도 언론보도 딱 한번”
라오스 정부 비판 여론도 높아져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 보조댐 붕괴 사고 나흘째인 27일 오후 찾은 아타푸주의 코콩은 흡사 유령마을과 같았다. 코콩은 댐과 직선 거리로 20㎞쯤 떨어진 지역으로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마을 곳곳에는 음산함마저 감돌았다. 물살을 이기지 못한 목조 주택들이 드러누워 있었고, 급류를 미처 피하지 못한 돼지 사체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흙탕물을 뒤집어썼어도 살아남은 오리들은 푸다닥거렸고, 굶주린 개들은 돼지 사체 주변을 몰려다니며 코를 킁킁거렸다.
코콩은 댐이 무너지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6개 마을 중 하나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어른 허리보다 높이 물이 차 올라 배 없이는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전날부터 물이 빠지면서 가재도구를 하나라도 더 건질 요량의 주민들이 하나 둘씩 돌아왔다. 산속에서 지내다 이날 아침 처음으로 밥을 먹고 동생(23)과 돌아왔다는 주민 비에통(40)씨는 “집은 쓰러졌고, 소 7마리, 돼지, 닭 등 전 재산이 모두 사라졌다”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해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수력발전소 사업에 관계된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물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구조대와 구호물품이 피해지역으로 들어오는 길은 여전히 험난했다. 각국 구호단체들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아타푸, 재해현장상황실이 마련된 사남사이까지 가는 길은 모험을 감행해야 할 정도였다. 태국에서 온 구조대원 포무띠(35)씨는 “방콕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고 말했다. 태국 ‘동굴 소년’ 구조에도 참가했던 그는 구조용 철제 선박을 픽업 트럭에 끌고 왔다.
평소에는 10분에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로 한적한 시골마을이지만 재해 현장으로 가는 길목 곳곳은 정체를 빚었다. 늘어난 구호차량과 열악한 도로 사정 때문이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다리를 한 대가 완전히 지나가고 나면 다음 차량이 진입하는 식이었다.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SK건설 관계자는 “현장까지 10여개의 목교를 건너야 한다”며 “허용 하중이 3톤에 불과해 구호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대형 트럭이 아타푸에 짐을 부리면 작은 픽업 트럭들이 나눠 담아 분주히 실어 나르는 식이다. 구조에 사용되다 물이 빠지면서 버려진 작은 배들은 흙탕물이 채 빠지지 않은 길가에 처박혀 있어 긴박했던 순간을 증언했다.
어디서부터 복구를 시작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는 상항이지만 주민들이 돌아오고 지원 인력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피해 마을에는 활기도 조금씩 느껴졌다. 사남사이 재해현장상황실에서 만난 라오스 국영TV의 빌라이붠(39) 기자는 “이렇게 많은 다국적 구호대가 라오스에 들어온 적은 없다. 그만큼 사안이 위중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재 피해 현장에서는 태국,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일본, 한국 등 7개국 구조대가 활동했다.
현지에서는 라오스 정부가 재난 소식이 밖으로 크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홍수로 여럿 사망해도 언론 보도는 딱 한 번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이런 행태 때문에 라오스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듯했다. 사남사이 상황실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는 “수력발전댐으로 전기를 그렇게 생산하고 수출까지 하고 있지만 TV 냉장고, 4개의 전등이 전부인 가정의 전기 요금이 7만킵(약 1만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웬만한 근로자 한 달 월급은 150달러(약 16만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라오스에 바다를 만들었다”고 비꼬았다. 라오스는 사방이 육지로 둘러싸인 ‘고립국’이다.
사남사이(라오스)=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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