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이쿼녹스가 본격적인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쉐보레 이쿼녹스는 과거의 다른 쉐보레가 그랬던 것처럼 쉐보레 고유의 상반된 평가와 시장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쉐보레 이쿼녹스는 'SUV라는 자동차로서는 정말 잘 만든 차량' 임에 분명하다. 괜히 많은 사람들이 '밸런스가 좋다'거나 '다크호스'라는 표현을 주저 없이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따듯한 상황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집단 지성이라는 네트워크 아래 이쿼녹스의 '가성비'와 '파워트레인의 빈약함'을 지적하며 '쉐보레가 또..'라며 탄식 섞인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이쿼녹스를 만났다. 이쿼녹스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문득 떠오르는 존재들
새로운 이쿼녹스를 보고 있자니 머리 속을 채우는 두 차량이 떠오른다. 하나는 현행 이쿼녹스의 이전 모델인 2세대 이쿼녹스와 국내 SUV 시장에서 나름의 포지션과 존재감을 과시했던 GM대우 시절의 윈스톰이었다.
보다 날렵하고 세련된 감성의 신형 이쿼녹스는 두 차량의 계보를 잇거나 혹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모델이라 그런지 차량 곳곳에서 두 차량의 이미지를 은연 중에 느낄 수 있다. 다만 이쿼녹스와 윈스톰은 직접적인 관계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쿼녹스는 정말 작을까?
단도직입적으로 이쿼녹스는 경쟁 차량으로 지목한 차량 대비 작은 차체를 가지고 있는 게 맞다.
실제 4,650mm의 전장과 1,845mm의 전폭, 그리고 각각 1,690mm와 2,725mm의 휠베이스의 체격은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싼타페 TM 등에 비해 확실히 작은 것이 사실이다. 체격적으로 본다면 르노삼성 QM6와 비슷한 체격이다. 수치적으로만 본다면 컴팩트 SUV와 미들급 SUV의 중간에 위치하는 셈이다.
이 수치를 보고 있자니 머리 속에 떠오르는 차량들이 있다. 싼타페 TM이나 쏘렌토가 아닌, 혼다와 토요타의 미들급 SUV, CR-V와 라브4가 그 주인공이었다. CR-V와 라브4 등의 체격을 생각해보니 두 차량 대비 이쿼녹스가 되려 더 큰 차량인 셈이다.
생각해보니 싼타페와 쏘렌토가 세대에 걸쳐 정말 커졌음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 체격 또한 분명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선함, 그리고 익숙함
이쿼녹스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감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신선함이었고, 두 번째는 익숙함이었다. 쉐보레는 이쿼녹스에 쉐보레 최신 디자인 기조인 ‘린 머스큘러리티’(Lean Muscularity)를 반영했다. 장수 모델이었던 캡티바 다음에 등장한 만큼 SUV에서 구현된 쉐보레의 디자인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특히 보닛 하단을 활용해 구성하는 듀얼 포트 그릴과 날렵한 헤드라이트 디자인 등은 이러한 디자인 기조는 올 뉴 크루즈, 올 뉴 말리부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던 것이라 그런지 또 익숙함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러한 감성이 오랜 역사를 가진 쉐보레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이쿼녹스를 시승하고 또 시승 행사 때 인스트럭터로 참여했던 카레이서 이진욱 역시 비슷한 코멘트를 했다.
이쿼녹스의 측면과 후면은 2세대 이쿼녹스가 가진 디자인 요소들을 더욱 세련되게 다듬었다. 실제 날렵하게 다듬어진 C 필러와 플루팅 루프 스타일로 다듬은 리어 윈도우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쉐보레 고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듀얼 램프 타입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통해 다른 쉐보레 차량들과의 통일된 모습을 선사한다.
참고로 이쿼녹스는 휠 하우스가 아닌 차체 하단부분에만 클래딩 가드를 둘러 도심형 SUV의 감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브랜드의 감성이 담긴 이쿼녹스의 실내 공간
외형에서 쉐보레 고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이쿼녹스는 실내 공간에서 더욱 명확한 브랜드 감성을 드러낸다. 개방감을 강조한 듀얼콕핏 2.0을 기반으로 말리부에서 보았던 것 같은 계기판과 쉐보레 특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성을 갖췄다.
처음 시승했던 차량과 달리 투톤 가죽 인테리어 패키지가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 가죽과 천공 가죽을 조합한 점과 스티치를 더하는 기교가 시각적인 만족감을 높인다. 여기에 부드러운 가죽 질감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은 하나의 요소가 된다.
마이링크는 해상도와 하드웨어의 개선으로 반응 속도 등을 개선한 디스플레이와 어우러져 다양한 기능을 손쉽고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놀랐던 점은 블루투스 연결에 있어서 장치 검색 및 블루투스 서비스 연결 속도 등이 정말 기민해졌다는 점이다. 덕분에 엔터테인먼트 기능에 무게를 두는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한국에 특화된 차량이 아닌 만큼 내비게이션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곧바로 느껴지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의 특성
이쿼녹스에는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GM의 주요 차량들에 자주 적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매력적인 사운드 시스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실제 이쿼녹스의 사운드 시스템은 제법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선사한다. 다만 중저음이 볼륨감이 큰 사운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꼭 사운드 설정을 통해 저음을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 작은 볼륨에서도 도어 패널이 진동할 정도의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준수한 공간을 갖춘 이쿼녹스
개인적으로 만족한 부분이 있다면 단연 실내 공간에 있다. 사실 이쿼녹스는 경쟁 차량 대비 체격이 다소 작은 편이라 실내 공간이 그리 넓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시트에 몸을 맡기니 SUV치고는 살짝 낮은 시트 포지션과 함께 넉넉한 헤드룸과 레그룸을 위치에 가리지 않고 제공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기존의 쉐보레 차량 대비 쿠션이 더욱 부드럽게 다듬어져 있어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2열 공간은 공간과 기능을 모두 잡았다. 실제 올 뉴 말리부에 처음 탔을 때 느낀 그 여유로움을 이쿼녹스에서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휠베이스가 2,725mm에 불과하지만 2열 시트의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활용한다면 키가 180cm이 넘는 남성 네 명이 편히 앉을 수 있었다.
게다가 2열 에어밴트의 높이를 상당히 높게 마련하여 몸을 숙이지 않더라도 2열 에어밴트 등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었으며 220V 콘센트는 물론이고 두 개의 USB 충전 포트 그리고 12V 파워아웃렛까지 더해지며 IT 기기는 물론이고 아웃도어 라인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수납 및 적재 공간에서는 좋은 평을 내리고 싶다.
체격에 비해 기본적인 적재 공간의 활용이 돋보이며 원터치로 조작이 가능한 2열 시트 폴딩을 통해 최대 1,800L 수준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어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센터터널의 암레스트 아래쪽의 수납 공간을 넉넉히 마련한 점 또한 만족스러웠다.
편안함 보다는 완성도 높은 드라이빙
이쿼녹스의 드라이빙 감성은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국산 SUV들과 그 결을 확실히 달리한다. 실제 이쿼녹스는 일상적인 편안함에 치중되기 보다는 쉐보레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드라이빙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쉐보레 차량들이 근래 과시하는 견고한 차체가 한층 가벼워진 덕에 루프 부분을 과도할 정도로 개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의 강성이나 일체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쉐보레 레이싱팀이 '크루즈 레이스카'를 개발할 때 고생하던 이야기가 또 다시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표하는 파워트레인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 트랙스 디젤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1.6L 디젤 엔진(CDTi)은 이쿼녹스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모습이다. 실제 최고 출력 136마력과 32.7kg.m의 토크를 앞세운 가속 성능도 여느 중형 SUV와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드라이빙 상황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매끄럽고 세련된 회전 질감과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른 깔끔하고 민첩한 반응성까지 갖추고 있으니 불만을 드러낼 이유가 없다. 게다가 변속기 부분에서도 문제는 없다. 토글 방식의 수동 변속 방식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기본적인 변속 속도는 물론이고 운전자의 의지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다만 보령 미션이라는 '오랜 별명' 때문에 경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비난하기 좋은 대상일 뿐이다.
발진과 저속 주행 상황에서의 가속력은 평이한 수준이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경쾌함은 큰 매력으로 느껴진다.
실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을 때마다 '1.6L가 뭐가 부족하다는 걸까?'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게다가 속도가 어느 정도 붙은 뒤에는 정숙성 부분에서 확실한 매력을 선사하며 시속 100km 부근만 가더라도 풍절음이 느껴지는 싼타페 TM 등과의 차이를 둔다.
풍절음을 효과적으로 다듬은 것 외에도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상당히 능숙하게 억제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유로처럼 다양한 노면 상황을 만날 수 있는 구간에서도 이쿼녹스는 특별히 부족함 없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장거리 주행을 하더라도 탑승자끼리 대화함에 있어 아무런 난관이 없어 보인다.
차량의 움직임도 한층 가볍다. 그리고 또 매력적이다.
쉐보레가 타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늘 우위를 점하는 부분이 있다면 단연 '라이드 앤 핸들링' 부분에 있다. 이쿼녹스는 과거의 쉐보레 차량보다는 한층 가벼운 모습이지만 쉐보레 특유의 완성도 높은 움직임은 그대로 유지한다.
평소에는 한층 가볍고 편안한 느낌이지만 스티어링 휠을 꽉 쥐고 코너를 파고들 때면 곧바로 견고하게 반응하며 운전자의 조향 의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게다가 그런 움직임에 있어서도 결코 건조하지 않고 농익은 경험이 담겼다는 생각이 들어 SUV가 아닌 날렵한 해치백을 타는 기분이 든다.
이러한 배경에는 기본기에 있다.
실제 쉐보레는 초고장력 강판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보다 안전을 고려한 강인한 차체와 어떤 노면 상황에서도 만족스러운 로드 홀딩 능력을 갖춘 하체 셋업을 조합했다. 원가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지만 쉐보레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기준'이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의 반영은 지금껏 국내 소비자들이 경험했던 ‘국산 중형 SUV’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존재를 구현하게 되었다.
좋은점: 매력적인 드라이빙과 기대 이상의 패키징
아쉬운점: 국내 소비자의 기준과는 또 다른 기준의 적용
쉐보레 이쿼녹스는 분명 잘 만든 차량이다. 실제 해외에서 경쟁하는 CR-V나 라브4와 비교를 하더라도 분명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덕에 정말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 국내 중형 SUV 시장은 이미 주행 감성이나 체감적인 만족감 보다는 조금 더 크고 더 큰 차량으로 구현되고 있는 싼타페와 쏘렌토가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흐르는 물을 거스르는 방법은 딱 하나다. 조금 더 노력하고 힘하게 달려야 한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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