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장례식장에 빈소 마련
오는 31일 오전 7시 발인 예정
검찰총장ㆍ경찰청장 등 조문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28일 오전 5시 48분쯤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박씨는 지난해 초 척추 골절로 수술을 받고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 온종일 누워 지냈다. 최근 며칠간은 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가까운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였다.
박종철 열사의 형인 종부(59)씨는 “오늘 새벽 4시 30분 병원 측으로부터 위독하다는 말을 전해 듣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던 중 비보를 접했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종부씨, 박 열사의 누나 은숙(55)씨가 있다.
유족들은 부산 시민장례식장에서 4일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7시다.
빈소가 마련되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민 청장은 방명록에 “평생을 자식 잃은 한으로 살아오셨을 고인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고인이 평생 바라셨던 민주ㆍ인권ㆍ민생경찰로 거듭 나겠다”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뒤이어 도착한 문무일 검찰총창은 방명록에 “박정기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뜻, 박종철 열사가 꾸었던 민주주의의 꿈을 좇아 바른 검찰로 거듭나 수평적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데 이바지 하겠다”라는 글을 남겼다. 문 총장은 두 번이나 요양병원을 찾아 박씨를 문병하고 검찰의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바 있다.
황철규 부산고검장과 김기동 부산지검장 등 검찰 간부들도 함께 조문했다. 정치권의 조문도 이어졌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빈소를 찾아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아버님이셨다. 이제 아프게 보냈던 아드님 곁에서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추모의 뜻을 밝혔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으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빈소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오는 29일 빈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는 조화를 보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주요 수배자의 소재 파악을 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 고문을 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6∙10 항쟁의 기폭제가 된 이 사건은 올 초 이를 소재로 한 영화 ‘1987’이 개봉하면서 재조명됐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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