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청이 주민 거주지가 아닌 시청 앞 ‘서울광장’에만 그늘막을 설치한 데 대해 사과했다. 중구는 주민 수요를 조사해 그늘막 설치 장소를 재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30일 오전 중구청 잔디광장에서 기자회견과 긴급 직원 조례를 열고 “’서울광장에 그늘막을 설치하라’는 서울시 간부의 말 한마디에 시청 앞에만 일주일 사이 4개가 설치됐다”며 “이것이 우리 중구청의 부끄러운 민낯”이라고 말했다.
중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4월 수립된 계획에 따라 올 여름 관내 50곳에 그늘막을 설치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런 폭염으로 공장 물량이 동나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서 구청장은 그럼에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그늘막이 설치된 것을 문제 삼았다. 서울광장을 관리하는 시 담당 공무원이 ‘광장에 사람이 많이 다니니 그늘막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하자, 우선적으로 이곳에 설치했다는 것이다.
서 구청장은 이어 “앞으로 설치될 장소도 주로 중구민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곳이 아니라 시청 앞에 이어 명동 입구, 을지로 입구 등 시내에 집중돼 있었다”고 꼬집었다. “정작 그늘막 설치를 요청하고 이용해야 할 중구민 의견은 수렴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중구는 이에 따라 주민 수요 조사를 통해 그늘막을 설치할 50곳을 재선정한 뒤 다음달 10일까지 설치를 완료한다. 추가로 필요한 곳엔 8월 말까지 설치를 마칠 계획이다.
서 구청장은 또 “행정 절차를 무시한 채 직권을 남용한 서울시 간부와 이를 수용한 구청 관계자에 대해선 서울시에 징계를 의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구는 또 서 구청장의 지시로 서울광장에 설치했던 그늘막 4개를 다시 뽑아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6월까지 중구청 광장 한 켠에 전시하기로 했다. 청사 벽면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반성하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서 구청장은 “그동안 보여진 늑장행정, 눈치행정 등 부끄러운 구정을 깊이 반성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환골탈태하고 중구민을 위한 구청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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